[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또다시 미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본계약이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해가 넘어갔음에도 인수 작업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수 작업이 순탄히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로 인해 사실상 1월에도 본계약을 성사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연내 SPA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지분 497만1천 주(51.17%)를 약 695억 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사가 길어지자 같은 달 30일 SPA 계약을 2020년 1월 중 체결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인수 작업이 지연되면서 1월 막바지까지 본계약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정은 또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부실한 재무구조로 인해 실사가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 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 여행 불매 등으로 업황이 부진했던 데다 안전 문제로 '보잉 737 맥스8'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또한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제주항공은 17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40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가격 급락이 운임 하락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정치적 변수가 너무나 많아 2020년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연간 484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업계의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제주항공이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해 인수 자체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인수가 무산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시장에 나올 때부터 인수 의사를 보여왔다"며 "당분간 항공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제고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주항공은 본계약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일 뿐 인수 의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초 빠르게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연내 계약을 목표로 했지만, 면밀히 살펴보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양사 모두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완료될 경우 제주항공은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은 19.5%로 2위인 아시아나항공(23.0%)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국내선의 경우 점유율 24.8%로 대한항공(23.6%), 아시아나항공(19.1%)을 앞지를 수 있다.
서민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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