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언제나 고객과 함께하는 OO은행입니다. 업계 최저금리 대출 이용해보세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보기만 해도 짜증나는 대출 스팸 문자. 당장 내일부터는 눈앞에서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은행이 보내지 않은 문자는 모두 차단되는 '대출사기 문자 방지 시스템‘이 가동돼서다. 은행권 전반에 시스템이 적용될 경우 월 평균 300만건의 스팸 문자 차단 효과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4일 오전 금융감독원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은행권, 농·수협중앙회, 후후앤컴퍼니와 함께 대출사기·불법대출광고 스팸문자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지난 해 상반기 스팸문자 75만건…은행이 보내지 않은 문자 모두 차단된다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대출사기·불법대출광고 스팸 문자는 최근 급격히 늘었다. KISA에 따르면 대출스팸으로 신고·탐지된 문자는 2018년 상반기 45만건에서 지난 해 상반기 75만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그간 금감원은 KISA 등 유관기관, 스팸 차단 앱 개발사 '후후앤컴퍼니'와 함께 스팸무자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금감원은 지난 해 10월 후후앤컴퍼니와 '전기금융통신사기 피해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에 구축된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은행이 보낸 문자가 아니면, 모두 차단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은행이 대고객 문자 발송 시 사용하는 전화번호(화이트리스트)와 KISA에 기등록된 스팸 문자의 발신번호를 비교해, 은행의 발송문자가 아닌 경우 해당 전화번호는 자동으로 차단된다.
아직 KISA에 등록되지 않은 은행관련 스팸문자의 경우, '후후앱'을 통해 은행의 공식 발송 문자가 아니라는 알림을 제공한다.
그간 금감원은 4개 은행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한 시범 운영을 진행했다. 운영 결과 차단이 가능한 전화번호는 하루 최대 50개, 월 단위 환산 시 1천500개의 번호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월 평균 차단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 스팸 문자는 300만건에 달했다. 4개 은행을 대상으로 한 결과인 만큼, 은행권 전반에 적용했을 경우 차단 효과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스템이 적용되면 대출사기문자로 인한 피해가 대폭 감소하고 스팸문자로 인한 불편함도 크게 해소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이 보다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은행도 불필요한 민원과 평판 하락 위험 감소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은 고객의 사전 동의 없이 불특정 다수에 대해 대출을 유도하는 광고문자를 발송하지 않는다"라며 "동의하지 않은 대출 광고 문자를 수신하는 경우 휴대폰의 '스팸 간편신고 기능'을 통해 적극 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날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유관기관 관계자들도 금융범죄 집단과의 지속적인 싸움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민원과 평판하락 위험 감소 등의 효과에 대해서 큰 기대를 표명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레그테크 활용의 바람직한 사례"…제2금융권에도 확대 예정
대출사기 문자 방지 시스템은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레그테크'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레그테크란 규제를 뜻하는 '레귤레이션'과 IT기술의 합성어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와 법규 준수를 돕는 정보 기술을 말한다.
이날 업무협약식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오늘부터 운영될 시스템은 금융소비자를 위한 레그테크 활용의 바람직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금융권은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레그테크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준법감시 기능을 강화하여 금융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제고에 힘써주시길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도 섭테크 등으로 감독업무에 혁신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금융감독의 효율성, 신속성, 정확성을 향상시켜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향후 금감원은 은행권을 넘어 저축은행, 캐피탈 등 제2금융권으로 시스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은행 스팸을 막으면 제2금융권에서의 스팸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지난 2018년 12월 범 정부·관계기관 합동 '보이스피싱 종합대책'과 연계해 보이스피싱·대출사기문자에 대해 보다 다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서상혁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