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차량 시동과 주차. 운전자는 이 두 가지만 하면 된다. 그 외 도로에서의 주행은 모두 차량 스스로 하도록 맡기면 된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단계로 특정 조건 하에서 차량의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자율주행 4단계다.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일대 거리 총 약 3.3km를 자율주행 4단계가 적용된 셔틀버스로 주행하는데 시승해봤다.
시승 차량은 국내 자율주행차량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 전문기업인 엠디이(MDE)가 서울대학교 이경수 교수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차량이다. 현대자동차의 '쏠라티'를 개조한 차량으로 운전자를 제외하고 13인승이다.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해당 차량에는 환경인지, 차선추종, 차량 간격 유지, 회전, 신호등 정차, 차선 변경 등의 기능이 적용돼 있다. 이를 위해 차량에는 다양한 센서와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 등이 부착돼 있다.
현재 해당 차량은 세종시와 제주도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셔틀버스로 운영되며 실증 주행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또 해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는데, 해군사관학교 내 자율주행 차량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날 시승 행사가 서울 상암동 일대에서 이뤄진 것은 서울시가 지난 6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암동 일대에 5G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구축해서다. 실제로 한 차선에는 보라색으로 자율주행버스 운행구간이라는 표시가 돼 있다. 자율주행 셔틀버스 실증 주행 구간인 셈이다.
자율주행 4단계를 실현할 수 있는 해당 차량은 사실 운전자 없이 주행이 가능하지만 국내 법규상 운전자가 탑승해야 해서 연구원이 운전석에 탑승한 채 주행이 시작됐다. 참고로 시동부터 모든 것을 안전하게 차량 자율로 하는 것은 자율주행 5단계다.
해당 차량에 운전자가 시동을 건 후 3.3km 구간을 이동하는 동안 운전자는 손과 발을 모두 자유롭게 한 상태로 운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해당 구간에는 신호등 정차 구간 4곳, 우회전 구간 4곳, 차선변경 구간 2곳이 있었다. 운전자가 다시 직접 조작해야 하는 부분은 마지막 주차였다.
운전석 뒷좌석에는 커다란 화면이 위치했다. 화면 안에는 다양한 점들이 산재돼 있었다. 차량 곳곳에 달린 센서들이 다가오는 차, 뒤에서 쫓아오는 차, 노면 구조물 등의 정보를 수집해놓은 것이다. 알고리즘이 이를 분석하고 차량이 경로 상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핸들과, 브레이크, 가속페달 등에 정보를 전달한다. 조수석에 앉은 연구원은 GUI(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환경을 통해 오퍼레이팅 시스템 상태를 모니터링 했다.
차량의 최고속도는 50km였다. 그렇다고 현재 자율주행차 기술이 1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최고속도를 제한한 것은 자율주행차의 경우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운행면허를 받게 되는데, 면허 발급 기준에 속도 제한이 있어서다. 해당 차량은 시내 주행을 목표로 개발됐기 때문에 최고속도가 50km로 설정돼 있을 뿐이다. 실제로 상암동 일대에서 주행하는 동안 주변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다.
국토부로부터 자율주행 임시운행면허를 받았기 때문에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가 해당 차량에서 손발을 다 떼고 앉아만 있을 수 있는 것도 가능했다. 완성차 회사처럼 운전자 지원시스템으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는 회사들은 사고 시 책임을 회사가 모두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어 운전자에게 지시 의무를 부여하는 게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율주행 기술이 빨리 발전할 수 없으니 국토부가 면허를 통해 예외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센서의 감지 범위는 전방 50~60m, 후측방 20~30m 정도다. 각도로는 30~40도 안으로 감지된다.
주행을 하다 앞 차량이 멈추자 자율주행차도 서서히 멈추면서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앞 차와의 안전거리 자체를 설정해 놓은 것은 아니다. 거리를 설정해 놓으면 교통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경우가 있어서다. 앞 차를 장애물로 인지해 상대거리, 상대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제어하도록 한 결과다.
차량 스스로 후측방에서 오는 차량들이나 주행 상황들을 고려해 차선 변경도 진행했다. 운전자가 개입해서 방향지시등을 넣어줘도 주변 상황을 보고 알아서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에도 반응했는데, 상식선에서 움직이는 차에 대해서는 전부 다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신호도 잘 지켰다. 신호를 인식하는 것은 신호등 위에 손바닥만 한 노면 단말기가 있어서다. 이 단말기가 신호등 색이 바뀌는 것과 신호가 바뀌기까지 몇 초가 남은 지 등의 정보를 차량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그걸 차량이 받아서 가는 시스템이다.
제동감이나 방향감 등은 조금 거친 느낌이 있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고 제동할 때 꿀렁꿀렁한 느낌이 전달됐다. 이는 완성차를 사서 자율주행차로 만든 것이라 기존에 있던 조향 등을 직접적으로 제어를 할 수 없는 시스템적인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연을 통해 부품 수정에 들어가 완성도를 높인다.
엠디이의 최종적 목표는 차량 형태와 상관없이 자율주행차를 가지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2020년부터 상암, 세종시, 제주도 등 3곳에서 매일 테스트를 하면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관공서나 지자체 등에서 먼저 셔틀버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황금빛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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