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속 일부 제품이 판매 중단된 쥴랩스 코리아와 KT&G가 일부 제품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이 발견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또 유해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유통 재개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국내 판매 중인 153개 액상형 전자담배의 주요 유해성분 7종 분석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미국에서 중증 폐질환 유발 의심 물질로 지목된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검출됐으나, 검출량은 미국에서 판매금지된 제품 대비 10만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또 미국 중증 폐질환 환자 대부분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마 유발 성분 'THC'는 어떤 제품에서도 검출되지 않았다.
◆식약처 "향후 폐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에 대한 추가 연구 필요"
식약처는 일반담배 16종과 유사담배 137종을 각각 분석했다. 일반담배는 담뱃잎 추출 니코틴을 사용해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분류되는 제품이며, 유사담배는 담뱃잎이 아닌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된 합성 니코틴을 사용해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제품이다.
분석 대상 성분은 THC,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비롯해 디아세틸·아세토인·2, 3-펜탄디온 등 가향물질 3종,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 액상 기화용매 2종 등 총 7가지다. 또 분석방법은 분석화학, 환경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시험분석평가위원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타당성과 신뢰성을 제고했다.
분석 결과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담배 2개 제품, 유사담배 11개 제품 등 총 13개 제품에서 0.1 ~ 8.4ppm(mg/kg) 범위로 검출됐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 결과 대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비타민 E 아세테이트는 시중 유통중인 유명 제품 일부에서도 검출됐다. '쥴 팟 크리스프'에서는 0.8ppm, '릴 베이퍼 시드 토박'에서는 0.1ppm이 검출됐다. 다만 '쥴 팟 딜라이트·트로피컬'과 '릴 베이퍼 시드 툰드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가향물질 3종은 43개 제품에서 1종 이상의 가향물질이 검출됐고, 6개 제품에서는 3종의 가향물질이 동시 검출됐다. 디아세틸이 29개 제품에서 0.3 ~ 115.0ppm, 아세토인이 30개 제품에서 0.8 ~ 840.0ppm, 2, 3-펜탄디온이 9개 제폼에서 0.3 ~ 190.3ppm이 검출됐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의 구성성분 대부분을 차지하는 프로필렌글리콜과 글리세린은 담배와 유사담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제품에서 검출됐다. 두 성분의 합이 전체 액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5.9 ~ 92.0%였다.
식약처 관계자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대부분 향을 포함하고 있어, 미검출 제품들도 다른 가향물질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폐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다른 가향물질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로필렌글리콜과 글리세린에 대해서는 명확한 유해성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추가 연구를 통해 유해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해성이 검출됐다 하더라도 당장 액상형 전자담배가 시장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현행법상 '유해성 물질'이 나와야 제품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가 결정되는데, 이번 분석 결과는 '유해할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함유됐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 유지
이에 정부는 임상·역학·금연정책 등 관련분야 전문가 자문 및 액상형 전자담배 대응반 회의를 개최한 결과 현재의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중단 강력 권고 조치를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인체 유해성 연구는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질본)이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직접 인체에 흡입돼 영향을 주는 배출물에 대한 유해성분 분석을 추진하며, 질본은 국내 사례 조사감시 및 비타민 E 아세테이트,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 등의 폐손상 유발 여부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다.
또 정부는 부득이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할 경우 임의로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첨가하지 말 것과, 제품 제조·수입·판매자는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혼입된 액상형 전자담배가 제조·수입·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품질관리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약처 분석 결과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체 유해성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중단 할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업계 "무해하다 밝혀진 제품에 대한 유통 재개 협의할 것
이에 대해 담배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 업계는 추후 제조사와 협의를 거쳐 유해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제품들에 대한 판매 재개 여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또 면세점 업계 또한 제조사와의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던 당시와 같이 이번에도 정부 조치에 성실히 따를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사와 협의해 유통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면세점 업계 관계자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쥴랩스, KT&G 등 액상형 전자담배를 제조하는 업체도 유통 재개에 대한 논의를 개시할 예정이다. 또 양사 모두 "비타민 E 아세테이트를 제조에 사용하지 않았다"며 '시드 토박'과 '쥴 팟 크리스프' 제품의 분석 결과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쥴랩스 코리아 관계자는 공식 입장을 통해 "쥴랩스는 어떤 제품에도 비타민 E 아세테이트 성분을 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식약처의 전체 검사 방법과 분석 결과에 대해 관련 부처와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KT&G 관계자도 "식약처는 '시드 토박' 제품에서 '비타민 E 아세테이트'가 극미량 검출됐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를 원료로 사용하지 않고 있고, 자체 검사에서도 검출되지 않았다"며 "사실 여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소규모 액상형 전자담배 제조·유통사들이 결성한 단체인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이번 분석결과 발표에 대해 오는 13일 서울 명동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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