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박정원 두산 회장이 두산건설을 매각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난에 처한 두산건설을 지원해온 최대주주 두산중공업에 이어 그룹 지주사인 ㈜두산마저 부실우려가 나오면서다. 최근 두산이 건설장비 및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잠재 인수후보자에게 두산건설 매각을 타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업계과 시장에서는 두산건설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매각해야 한다는 기류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두산은 건설을 떼내지 못하고 2013년 이후로 2조원 가까운 자금을 지원했다. 일각에서는 회장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두산의 사촌 경영체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탄에다 알짜사업까지 내줘도 회복 못하는 두산건설
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은 지난 2013년 준공한 일산위브더제니스 프로젝트 때문이다. 일산위브더제니스는 경기 고양 탄현동에 위치한 대규모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2천700세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규모 미분양됐고 이때부터 심각한 자금난에 처했다.
이에 두산그룹은 그동안 두산건설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 1조원 가까이 지원했다.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현금 3천억원을 내고, 알짜사업인 폐열회수보일러(5천716억원) 사업을 현물출자로 넘겼다.
이후에도 두산 계열사들은 두산건설의 분당 부지와 큐벡스 지분 매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직·간접적인 지원을 했다. 올해 5월에는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3천억원을 납입하고 두산건설에 차입금 상환대금 3천억원을 추가 지원했다. 두산중공업 증자에는 지주사 ㈜두산도 참여했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이같은 지원에도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분기 두산건설은 118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재무상태 역시 심각하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7년 194.7%에서 2018년 552.5%로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256.8%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현금창출능력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천798억원 적자로 전년과 비교해 4배 증가했다. 영업활동을 할수록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두산건설 이자보상배율은 0.83으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부실상태에 놓였다.
◆형제경영 탓에 구조조정 적기 놓쳤나…박정원 경영능력 시험대
설상가상으로 두산그룹의 실적악화도 겹쳤다. 두산그룹의 지주사인 ㈜두산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한 1천69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823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만에 또다시 적자전환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이 세계경기 침체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등의 영향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다. 올해 3분기 수주는 9천57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59.8% 감소했다. 발주처 파이낸싱 및 수주확정을 대기 중인 대형 PJT를 반영하더라도 연간 수주목표(7.9조)의 66%에 불과하다.
두산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던 계열사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그룹 전반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5월 ㈜두산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중공업은 'BBB+/하향검토'에서 'BBB/부정적'으로, 두산건설은 'BB/하향검토'에서 'BB-/안정적'으로 모두 하향 조정했다.
결국 박 회장이 두산건설 매각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건설이 최근 건설장비 및 부동산업을 영위하는 A사에 인수의향을 타진하고 양사 경영진은 만나 논의했다. 양측은 비밀유지각서(NDA)를 작성하고 구체적인 가격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본지 5일 [단독] 유동성 덫에 걸린 두산그룹, 두산건설 매각하나)
두산 측이 제시한 두산건설 매각가격은 4천500억원이다. 두산건설 시가총액은 4천305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지분(82.5%)의 시장가치는 3천550억원이다. 상장사의 경영권 매각은 지분가치에 3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는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실제로 두산 측의 제시금액이 나온다.
일각에는 두산그룹의 복잡한 가족 경영 시스템 탓에 매각 적기를 놓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두산은 지난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의 형제의 난 이후 4세들이 경영권을 돌려 맡는 사촌경영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한명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책임경영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두산 측은 부인하고 있다. 두산건설 한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서는 들은 바 없으며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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