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채나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오는 10일 임기를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간다. 내년 총선까지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기를 내심 희망했지만 황교안 대표가 제동을 걸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11일 한국당 새 원내사령탑에 선출됐다. 판사 출신에 전국적 인지도까지 겸비해 '스타 정치인'으로 불리는 만큼 당 안팎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등 검찰개혁법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나 원내대표가 예상 밖 강경 투쟁을 이끌었던 점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나 원내대표는 국회 회의장 문 앞에서 '빠루(노루발못뽑이)'를 들고 의원·당직자들을 진두지휘하면서 '보수 여전사' 이미지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공조해 패스트트랙 지정을 관철하면서 나 원내대표의 스텝도 꼬이기 시작했다. 한국당은 국회 폭력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오명을 썼고, 소속 의원 60여명이 국회선진화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파행 80여일만에 여야 원내대표가 발표한 합의문은 나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지 못해 휴지조각이 됐다.
한국당이 성과로 꼽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낙마 때도 나 원내대표는 실축을 했다. 조 전 장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TF) 팀에 표창장과 상품권을 수여한 데 이어 패스트트랙 충돌 관련 수사를 받은 의원들에 대해 내년 총선 공천 때 가산점을 주겠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당내 비판을 샀다.
결정타는 지난 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내민 필리버스터 카드였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은 꼴이 되면서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나 원내대표가 뒤늦게 민생법안 별도 처리 방침을 밝혔지만 민심은 이미 싸늘해질대로 싸늘해진 뒤였다.
나 원내대표는 4일 의원총회를 열어 자신의 재신임을 물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고위원회는 전날 비공개로 연 회의에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지도부로부터 불신임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당 안팎에서는 황교안 대표와의 불협화음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의원총회에서 거부된 때부터 황 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껄끄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공천 가산점 언급은 '월권'으로 느껴졌을 거라는 해석이 많다.
필리버스터 카드도 황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당시 황 대표는 "죽음을 각오한" 단식으로 병원에 실려가면서 정국 주도권을 되찾고 지지층 결집 효과를 거뒀지만 나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 선언 후 여론이 악화되면서 결과적으로는 정국 주도권까지 뺏긴 셈이 됐다.
황 대표는 결국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에 제동을 걸었다. 이미 박맹우 사무총장 등 당직자 전원이 사표를 제출, 황 대표의 새 체제 구성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강석호 의원은 일찌감치 경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유기준 의원 등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안건을 '원내대표 임기 연장의 건'에서 '국회 협상 보고'로 변경했다. 오전 청와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윤채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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