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수제맥주는 복잡한 유통 과정에서 적정 온도(5~6℃ )를 유지하지 못해 변질되는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보통은 냉장 상태로 유통·보관돼야 하는 맥주를 상온에 방치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2015년 진주햄에 인수된 국내 1세대 수제맥주 업체 카브루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3자 물류를 통해 냉장 물류시스템까지 구축했지만 품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어려웠다. 카브루가 찾은 해결책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으로 각 유통 단계의 온도를 추적하며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리인벤트' 행사에서 만난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내년 약 10개월에 걸쳐 새로 짓는 브루어리(양조장)는 블록체인 기술로 공급망을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브루의 경우) 한 해 동안 온도 관리 실패로 변질되는 맥주량이 전체의 1.5%"라며 "블록체인을 통해 10분의 1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까지 카브루는 2개의 브루어리를 운영해왔다. 여기서 생산되는 맥주만 해도 연간 5천600톤에 달한다.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64만명이 각각 26잔씩(12온스 기준)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블록체인 기반 공급망 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는 세 번째 브루어리는 경기도 가평에 지어진다.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은 2021년이 될 전망이다. 우선은 앱을 통해 생맥주를 담는 케그(KEG·20리터)를 관리하게 된다.
박 대표는 "유통 단계에 있는 각 주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정보를 공유하고 가시성을 확보하는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카브루는 AWS의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미 3개월여 전부터 테스트 과정을 거치고 있다.
카브루는 블록체인을 유통뿐 아니라 생산 과정까지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가령 당화 단계에서 몰트 등과 결합하는 물의 온도를 70℃로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카브루가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주세법의 영향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맥주 등에 대한 과세체계를 기존 종가제에서 종량제로 바뀌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수제맥주 업체들의 세금 부담이 낮아지면서 유통 채널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품질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카브루는 1천400여 개의 펍에 맥주를 공급중이다.
박 대표는 "카브루는 현재 15%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주세법이 바뀌어 소매 시장이 열리면 장기적으로 30%까지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약 6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라스베이거스(미국)=김국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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