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이 근무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키우기에 본격 나선다. 이를 위해 7년간 신세계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장재영 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새 수장으로 선임하고, 문 부사장을 신설된 사업기획본부의 책임자로 정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9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며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를 지난 1일자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임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이날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로 출근한 장 총괄대표는 임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괄사장이 장 총괄대표를 신세계인터내셔날 새 수장으로 선임한 것은 그동안의 두터운 신뢰 덕분이다. 장 총괄대표는 2012년 말부터 신세계백화점을 이끌며 유통시장 침체기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입증해 왔다.
특히 올해 3분기에는 롯데, 현대 등 경쟁사들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과 달리 신세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이끌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는 지난 3분기 동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1조6천26억 원, 영업이익이 36.6% 증가한 958억 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그동안 사업 다각화를 통해 급격하게 성장해 왔던 만큼, 경영 안정성이 필요하다고 내부에서 판단한 듯 하다"며 "신세계를 이끌며 쌓아왔던 장 총괄대표의 경영 노하우와 노련함이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경기 침체 속에서도 역대 최고 실적을 거뒀다. 특히 이번 인사로 장 총괄대표와 자리를 맞 바꾼 차정호 신세계 대표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로 부임한 2017년 1월부터 실적이 급격히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해 매출은 2016년 대비 23.7%, 영업이익은 105.3% 늘었고,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23%, 224% 증가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장 총괄대표의 노련함과 차 대표의 추진력이 각각 신세계인터내셔날과 신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며 "차 대표는 신세계가 추진하는 사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장 총괄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근 시작한 사업들이 안정화 될 수 있도록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일로 장 총괄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기존에 전개하고 있던 사업의 내실을 더욱 탄탄히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수입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1본부(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 대표도 겸임하며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장 총괄대표는 기존 수입 브랜드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한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전면 나설 것"이라며 "특히 베트남 법인을 통해 올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선 '자주'는 연내 2호점까지 오픈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번 임원인사 발표와 함께 미래 준비를 위한 기반 마련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 이에 따라 기존 2개 부문으로 나뉜 각자 대표 체제에서 국내 패션부문 신설로 3개 부문으로 세분화됐으며, 신사업 강화를 위해 사업기획본부도 신설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존에 차정호 대표가 패션라이프스타일 부문을, 이길한 대표가 화장품 부문을 각자 운영해왔으나, 이번 일로 장재영·이길한·손문국 3명의 대표 체제로 재편됐다.
이번에 국내 패션부문 대표가 된 손문국 부사장보는 신세계 상품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신세계 여성캐주얼팀에서 경력을 쌓아 패션담당 상무, 상품본부장 겸 패션담당 부사장보를 역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국내 패션부문은 보브·지컷·톰보이 등 백화점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체 브랜드의 내실 강화와 중국을 비롯한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신설된 것"이라며 "특히 스튜디오 톰보이는 중국에 지난해 3월 설립된 법인을 통해 내년에 현지 유통망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패션부문을 신설하고 대표 체제를 갖춘 것은 국내 자체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 영업이익의 80%가 화장품 사업에서 나오고 있는 탓에 이번 기회를 통해 패션 사업을 키워 화장품 사업의 영업이익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서는 정 총괄사장의 남편인 문 부사장의 역할도 한층 강화됐다. 문 부사장은 2015년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글로벌1본부를 맡아 수입 패션 브랜드, 자주를 맡았던 인물로, 이번에 신설된 사업기획본부를 맡게 됐다.
이곳은 기존에 분리 운영됐던 기획·마케팅, 신규 사업 업무가 합쳐진 곳으로, 내년부터 신규 브랜드 론칭을 주도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내년 상반기에 신규 수입 럭셔리 메이크업 브랜드, 자체 프리미엄 바디케어 브랜드, 하반기에 자체 럭셔리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또 화장품 부문을 맡고 있는 이길한 대표는 그동안 좋은 성과를 거둔 점을 인정 받아 자리를 지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은 '비디비치', '연작' 등의 선전으로 지난 2016년 321억 원에서 지난해 2천477억 원으로 7.7배 증가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연작'에 이어 자체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수익성이 높은 수입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계획"이라며 "이와 관련한 신규 사업 강화를 위해 사업기획본부를 신설하고, 문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장품 사업이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으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장 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총괄 대표와 패션라이프스타일부문 대표를 겸임하면서 수입 명품 브랜드 라인업 강화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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