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KEB하나은행에는 146대의 로봇이 일한다. 팔다리가 달린 일반적인 로봇 얘기는 아니다.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시키는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소프트웨어(SW)를 말한다. 내부에서는 협업로봇 '하나봇'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하나은행은 어떻게 RPA를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을까.
한승헌 하나은행 업무혁신센터 팀장은 지난 14일 RPA 업체 유아이패스가 개최한 'RPA 세미나'에서 "RPA를 적용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부터로 다른 은행들보다는 늦은 편"이라면서도 "올해까지 38개 과제를 수행하며 40만 8천 시간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1차로 내부망과 계정계를 중심으로 9개 업무를 골라 RPA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2차는 영업점을 중심으로 13개 과제를 진행했으며, 3차부터 프로세스 혁신(PI)와 병행하는 16개 과제를 개발했다.
업무 시간을 줄이는 효과는 1차 1만4천 시간, 2차 6만6천 시간에서 3차 32만 시간으로 갈수록 늘어났다.
RPA를 적용하는 업무 기준을 보면 리스크가 적고 업무량이 많은 과제가 우선순위가 높았다.
한 팀장은 "은행은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리스크와 소모 시간이 적은 과제 위주로 파일럿 테스트 개념으로 시작했다"며 "만약 업무가 중단됐을 경우 은행 건전성이나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는 철저히 피했다"고 말했다.
또한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했다"며 "100시간, 200시간 단축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직원이 많이 투입되고 많은 시간이 투입되는 업무에 (RPA를)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단지 과제 건수를 늘리기보다 월별 작업량 등 업무량이 많은 과제를 찾으려 한 것이다.
그는 특히 "처음에 RPA를 도입한 가장 큰 원인은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이었지만, 3차 과제를 해보면서 RPA가 단지 시간 단축만 아니라 수익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실제로 하나은행은 RPA를 적용해 기업 정보를 분석한 뒤 최적의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대출 추천 봇'을 개발했다.
그 결과 직원이 길게는 1시간 넘게 하던 일을 2~3분 내로 끝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RPA를 쓴 영업본부와 안 쓴 영업본부의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났다고 한다.
그는 "성공 사례가 발생하면 전사로 전파하고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RPA 프로젝트는 '톱다운'과 '바텀업' 방식이 조화를 이뤄야 잘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향후엔 '1인 1봇'으로 가려는 비전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국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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