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인수,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공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왔다.
정부는 연내 심사를 완료하는 등 인허가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와 기업,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간 이견 등 쟁점도 여전한 상황. 공정위 심사는 통과했지만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역시 교차 및 결합상품 판매, 알뜰폰 등 M&A에 따른 시장 영향 등 판단이 필요한 상황. 남은 변수가 될 지 주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부터 외부 전문가를 포함, 유료방송 인수합병 심사를 위한 합숙에 돌입한다.
SK텔레콤과 티브로드 M&A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가운데, 과기정통부도 방통위 사전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판단하게 된다.
이번 과기정통부 심사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M&A에 따른 방송통신 '결합상품', '교차판매' 금지 여부다. 전반적인 방통시장과 방송법 등 관련 법체계와 정책 하에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특히 공정위가 일부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한 부분의 세부 조치를 과기정통부에 넘기면서 추가적인 조건이 예상되는 대목. 이미 이해관계자들의 치열한 물밑작업도 한창이다.
이중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관련 한때 거론됐던 방송통신 상품 '교차판매'는 공정위가 따로 불허하지 않았으나 과기정통부 심사에서는 다뤄질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 결합상품 판매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
이른바 SK텔레콤의 시장지배력 전이, 케이블TV의 지역성 제고나 소비자 후생 등을 고려해 한시적이나마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M&A에 따른 실효성 등 효과 등을 감안해 일단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시각이 좀 더 우세한 상태. 과기정통부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다.
◆ '교차판매 금지' 수면 위?…SO 보호방안부터 챙겨야
실제로 앞서 공정위는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이 시장 집중도 면에서 '안전지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진입장벽을 강화시키고 가격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의 해소를 위해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를 비롯해 ▲물가상승률을 초과한 케이블TV 수신료 인상▲ 케이블TV의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저가상품 및 고가형 방송상품 전환 강요▲ 디지털 전환 강요 등의 금지를 승인 조건으로 부과했다.
다만 심사보고서에 포함됐던 '교차판매 금지'는 최종 의결 과정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경쟁제한성을 집중 심사하는 공정위와 달리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콘텐츠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와 지역채널 운영 계획, 조직운영의 합리성과 효율성 등 다방면으로 심사해야 하는 만큼 공정위와는 다른 판단을 내릴 여지가 있다.
학계 전문가는 "공정위와는 달리 과기정통부 입장에서는 전국사업자(IPTV)의 지역사업자(SO) 흡수에 따른 여러 조건을 걸 당위성이 충분하다"며, "공정위가 승인 조건에서 제외시킨 조치 역시 완전히 제외했다기보다 그에 따른 판단을 소관인 과기정통부가 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도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교차판매 금지 조건 등은 공정위도 경쟁제한성 보다 M&A에 따른 효용성 등이 더 크다고 판단한데다 현 시장 상황에도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어 과기정통부가 이를 조건으로 삼기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초 공정위도 이번 M&A로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영업망이 결합, 케이블TV 가입자의 IPTV 전환 등 SK 측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차판매 금지를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전원회의 위원들은 혁신적인 상품 설계, 이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 최종 판단에서는 해당 조건을 제외했다는 후문이다.
또 방통시장이 IPTV와 케이블TV간 가입자 역전, 글로벌 OTT 공세, 이용자 시청 패턴 변화 등 급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제한은 오히려 산업발전에 역행한다는 판단도 한 몫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전적 규제조치 강화보다 SO의 지역방송 역할 제고 등 보완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방송통신 정책은 일방적인 통신 중심 성장 정책이었고, 중장기 방송정책 부재와 IPTV 중심의 외형적 성장 증대만 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단기적 관점의 섣부른 판단이 방송시장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건에 따른 규제가 아닌 합리적인 사후대책을 마련해 공공성과 공익성, 지역성 등 보호를 꾀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정부 차원의 방발기금 등을 활용한 지원 대책, 권역별 IPTV에 SO 지역채널을 송출하는 방안, 지역채널 의무 송출로 투자비를 공동지급하는 방안 등의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결합상품 지배력 전이? 상생방안부터 찾아야
교차판매와 함께 일부 제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결합상품 판매 제한 역시 이번 정부 심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경쟁사는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번 M&A로 무선의 지배력을 유선에 전이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동 다회선 할인상품이 IPTV와 초고속인터넷 등 유선상품과 묶여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결합판매에 따른 지배력 전이는 가입자 고착화로 인한 선택권 제약, 단품가격 경쟁 저해, 요금인상에 따른 소비자 후생을 낮출 것"이라며 "IPTV의 SO 인수로 인한 통신사 독과점 등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 이 같은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사전적 조치에 대해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학계 전문가는 "미국은 OTT의 유료방송 서비스 해지(코드커팅)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시장 지배력 전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나 기준은 정립돼 있지도 않고 찾기도 어렵다"며, "한국도 시장 지배력 전이에 대한 불분명한 근거를 기준삼아 규제하는 것은 정부 당국도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상품 결합이 가입자의 한쪽 쏠림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케이블TV와 이통사 무선상품을 묶은 '동등결합' 판매 등에서도 확인되는 대목. 동등결합은 무선상품 결합판매가 어려운 SO가 원할 경우 SK텔레콤과 KT의 통신 상품을 묶어 결합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를 통해 가입자 증가 등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가입자를 잡아두는 '락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결합상품 자체 보다 과다한 현금경품 지급 등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후적 제한 등이 더 현실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것.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모니터링 강화와 현금경품 지급 금지를 포함한 법 개정 등을 통한 상생방안이 허가 조건에 부과되는 게 더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 심사에서는 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에서 중소PP 프로그램 사용료 및 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거래 관행 등도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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