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서울 매장 오픈은 우리에게 새로운 전환점이자, 가장 흥미진진한 프로젝트가 될 것입니다. 롯데와 파트너십을 맺고 세계에서 가장 모던하고 에너지 넘치는 도시에 매장을 오픈할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올해 88세가 된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렌스 콘란(Terence Orby Conran)경은 지난 1974년 편집샵 개념의 매장인 '더콘란샵'을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1960년대 혁명을 일으킨 영국 리빙 편집샵 '하비타트' 설립자로 활동했던 그는 가구 제작자, 레스토랑 운영자로도 활동하며 쌓은 노하우를 '더콘란샵'에 도입했고, 현지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명품 리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해외직구를 통해 '더콘란샵'의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조금씩 늘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명품 리빙' 수요를 잡기 위해 '더콘란샵'을 직접 들여오기로 마음 먹었다. 최근 명품, 리빙품목을 제외한 상품군의 매출이 경기 불황과 맞물려 주춤하자, 매출 효자 품목만 강화하기에는 '더콘란샵' 만한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강희태 대표가 영국으로 직접 건너가 '더콘란샵' 관계자를 만나 계약을 성사시켰다.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공들였던 '더콘란샵'이 15일 롯데백화점 강남점에서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프리미엄, 럭셔리, 하이엔드'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갖고 있는 '더콘란샵'은 2천 원대 그릇, 노트부터 수천만 원대의 가구까지 다양한 상품이 어우러져 있어 고객들이 각자 취향에 맞게 상품을 고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휴 왈라 더콘란샵 최고경영자(CEO)는 "롯데와 10년 계약을 맺었고, 한국에서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일본(6개점)보다 점포를 더 많이 오픈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브라이어스 더콘란샵 치프 디렉터는 "한국 시장은 매우 다이나믹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가 가진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상품들이 한국 시장과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오픈을 하루 앞둔 14일 찾은 '더콘란샵'은 상권 특성에 맞춘 탓인지 효율적인 상품보단 대부분 고가 상품들로 가득했다. '99만 원 손톱손질 세트', '17만2천 원 쿠션커버'는 기본이었고, '783만 원 책상', '1천350만 원 의자', '2천700만 원 테이블'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나마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것이라곤 '1만5천 원 잼 스푼' 정도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곳은 3인 소파의 경우 최소 200만 원대부터 4천만 원대, 식탁은 100만 원대부터 3천만 원대까지 구성돼 있다"며 "'이케아', '자라홈' 등 해외 리빙 전문 브랜드가 국내에 지속 도입되고 있지만 '더콘란샵'이 가장 고가 리빙 상품을 취급하는 매장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격대가 높은 탓인지 국내 1호점의 위치도 롯데백화점 강남점이 선정됐다. 주변에 대치 삼성, 도곡 렉슬, 동부 센트레빌, 대치아이파크, 역삼래미안 등 고급 대단지 아파트와 전문직, 학부모 고객이 많다는 점이 '더콘란샵' 핵심 고객층과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대치동 학원가에 위치해 있어 우수고객(MVG) 비중도 다른 곳보다 월등히 높았다. 실제로 강남점 우수고객 매출 구성비는 28%로, 타 점포 대비 약 7.5%포인트 높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의 리빙 상품군 매출증가율이 높은 것도 '더콘란샵' 1호점을 오픈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곳의 리빙 매출 구성비는 14%로, 지난해에는 11%, 올해 10월까진 5% 이상 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강남점장은 "강남점은 강남구민이 매출의 65%를, 강남 3구 주민이 총 매출의 77%를 차지한다"며 "'더콘란샵'이 프리미엄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잠재 수요가 많은 곳이 강남점이라고 영국 본사에서도 판단해 이곳에 1호점을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문한 매장 내부는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으로 구성됐으나, 시그니처 컬러인 블루 톤을 포인트로 배치해 깔끔해 보였다. 상품들은 '더콘란샵'에서 직접 제작한 화이트 톤 가구 위에 전시품 처럼 올려져 있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더콘란샵' 관계자는 "이곳에 '더콘란샵' 매장 중 처음으로 언더 글래스 공법을 적용해 상품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배치했다"며 "전체를 화이트 톤으로 맞춘 것도 상품의 색상을 더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는 약 300여 개의 해외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대부분 해외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상품으로, 상품 구성비는 가구가 55%, 키친이 15%, 홈액세서리가 25%, 소형가전이 5% 정도다. 전체 상품의 약 30%는 '더콘란샵' 자체 브랜드 PB로 구성됐다.
대표 브랜드로는 스위스 가구 브랜드인 '비트라'를 비롯해 핀란드 가구 브랜드 '아르텍',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시나', 덴마크 가구 브랜드 '칼 한센' 등 프리미엄급이 많았다. 가격대는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까지 다양했고, 일부 브랜드들은 고객 취향에 맞춰 소재, 디자인도 제작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갖춰져 있었다.
또 '더콘란샵' 곳곳에는 인스타그램 인증용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소들도 마련돼 있다. 1층 한쪽 벽에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존 부스가 직접 그린 아트 벽화로 꾸며져 있고, 존 부스와 협업해 만든 의자도 한정 판매하고 있다.
2층 조명 코너는 이색적인 디자인의 조명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공간 전체를 검은 배경으로 구성해 사진을 찍기에 좋아 보였다. 같은 층의 화장실 내부도 예사롭지 않았다. 들어서자마자 깔끔한 파우더룸과 통유리가 눈길을 사로 잡았고, 핑크·레드 등 4가지 색상으로 구성된 화장실은 마치 뮤직비디오 세트장 같았다.
화장실 통로에는 '더콘란샵'의 로고를 본 딴 벽화들로 눈길을 끌었으며, 기존 강남점과 통로로 쓰였던 2층 공간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통유리와 DJ 부스가 함께 배치돼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또 정문에는 '더콘란샵'과 '칼 한센'이 함께 만든 '자이언트 의자'가 놓여 있었다.
'더콘란샵' 관계자는 "자이언트 의자는 전 세계 2개 밖에 없고, 파란색 의자는 한국에, 오렌지색 의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다"며 "한국 고객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 기념 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2층에는 VIP를 위한 방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콘란경이 좋아하는 위스키와 시가를 비롯해 그가 직접 쓴 희귀 책들이 놓여져 있다. 또 다른 방에는 VIP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소파와 테이블, TV가 마련돼 있어 앉아서도 다양한 상품을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다.
1층에는 '더콘란샵'의 시그니처 카페인 '올비(Orby)'가 위치해 있었다. 콘란경의 중간 이름을 딴 '올비' 카페는 커피 전문 기업인 케이코닉과 손잡고 만든 시그니처 커피를 판매하고, '더콘란샵'에서 판매하는 의자, 테이블 등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더콘란샵'을 오픈하기 전까지 이곳은 잡화, 패션 브랜드들이 판매되고 있었다"며 "몇 년간 꾸준히 확대 중인 국내 리빙 시장 규모, 그와 비례해 증가하고 있는 프리미엄 리빙 시장 수요에 주목해 건물 1, 2층을 '더콘란샵'으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땅값이 비싼 강남 한복판에 '더콘란샵'을 대규모로 오픈하게 된 것은 국내 리빙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7조 원 규모였던 국내 리빙 시장은 2014년 10조 원, 2015년에는 12조5천억 원으로 증가했고, 2017년 12조 원까지 커졌다. 2023년에는 18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업계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소비자들의 개성과 취향이 표출되면서 옷, 가방을 넘어 리빙에서도 명품 브랜드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히 1~2인 가구가 늘어나며 인테리어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명품 리빙의 인기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형주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수요가 증가하는 하이엔드 리빙 시장에 주목해 그에 걸맞은 라이프스타일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안하고자 더콘란샵을 선보이게 됐다"며 "더콘란샵 특유의 감각적인 디자인과 감성이 호평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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