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유럽연합(EU)이 기업결합에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빅딜이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욱이 일본과의 관계 역시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현대중공업은 여전히 일본에 신청서 제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EU 등 한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은 무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EU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EU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과점 피해를 상세하게 따지며 심지어 회원국과도 마찰을 불사하고 있어서다. EU의 기업결합심사는 일반심사(1단계)와 심층심사(2단계)로 구분된다.
최근 30년간 접수된 기업결합심사 신청 7천311건 중 6천785건, 즉 92.8%가 일반심사에서 승인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층심사, 아예 불승인되는 경우가 늘면서 80%대 말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EU집행위는 지난달 30일 이탈리아 국영 크루즈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조선소 합병에 대한 심층심사를 개시했다. 핀칸티에리(31.73%)와 아틀란틱(26.14%)의 크루즈 시장점유율이 55%를 넘어간다는 점에 주목하며 독과점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집행위는 2월에도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사업 합병에 독점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양사는 철도사업 부문의 일부 자산 매각 조건까지 내걸었지만, EU집행위는 기업합병을 불승인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반발하며 EU 반독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회복되지 못하는 한일관계…현대重, 日·EU에 신청서 접수 시기 저울질
일본도 하나의 변수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데다 일본 조선업계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온 상태다. 일본 조선업을 대변하는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은 공개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일본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업계는 일본 정부가 불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결합심사는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데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합병 심의를 최대한 지연시키거나 불합리한 조건을 추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9일 카자흐스탄으로부터 해외 경쟁 당국 중 처음으로 합병 승인을 받았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7월 한국 공정위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처음 제출했고 이어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순으로 제출한 바 있다. EU에는 이달 중으로, 일본에는 제출시기를 여전히 저울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 한 관계자는 "각 경쟁당국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면밀히 준비했고 해당국의 심사 일정과 프로세스에 맞춰 충실히 설명해 나갈 것"이라며 "악화된 한일관계 등의 외교 정치적인 문제는 심사 대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공정위는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로부터 30일이며 필요한 경우 90일까지 연장해 총 120일이다. 현재 휴일을 제외하고 90일이 지난 상태다.
공정위는 현재 현대중공업 측에 기업결합과 관련한 자료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 한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독과점 등 기업결합에 따른 피해를 최소하기 위해 자료를 계속해서 현대중공업 측에 요청하고 검토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