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롯데그룹 창업주이자 재계 창업 1세대 중 최고령 인물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31일(음력 10월 4일) 99세 생일을 맞은 가운데, '재판 리스크'가 사라진 롯데일가의 삼부자(三父子) 만남이 이번에 성사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부터 거주지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에서 생일을 축하하러 온 가족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날 늦은 오후에는 가족들과 함께 조촐한 생일 축하 자리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도 오후에 신 명예회장 거주지를 찾을 것으로 전해졌다.
신 명예회장은 1921년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 농가에서 부친 신진수, 모친 김필순 씨의 5남 5녀 가운데 맏이로 태어났다. 한국 나이로는 주민등록상으로 올해 98세(만 97세)지만, 실제로는 백수(白壽·99세)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자신의 숙원사업의 결실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거주지를 잠시 옮겨 생일을 보냈다. 그러나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소공동 복귀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1년 5개월 만인 올해 6월에 기존 거주지인 소공동 롯데호텔서울로 복귀한 상태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롯데월드타워에서 생애 단 한 번밖에 생일을 보내지 못했다.
다만 올해는 신 명예회장이 징역 3년의 실형이 최종 확정됐음에도, '형집행정지'를 법원에서 받아들이면서 예전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생일을 맞이하게 됐다.
신 명예회장은 지난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3년, 벌금 30억 원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신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수형생활을 하게 될 경우 사망위험이 클 것으로 보고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신 총괄회장은 2013년 집무실에서 넘어져 고관절 수술을 받은 후 거동이 불편한 상태인 데다, 정신도 또렷하지 않아 현재 법정후견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상고심에서 각각 무죄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으며 재판과 관련한 모든 부담에서 벗어난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날 신 명예회장의 생일을 맞아 '신격호·신동주·신동빈' 롯데 삼부자가 회동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레 관측했다. 삼부자가 가족행사에서 만난 것은 2015년 11월 신 명예회장의 생일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며 분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두 형제간 화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신 명예회장은 지난 2015년 7월 롯데일가 경영권 분쟁이 터진 후로 지금까지 계속 시련을 겪으며, 가족 모두와 함께 하지 못하는 쓸쓸한 생일을 맞고 있다.
2015년 생일에는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방문했지만, 두 형제 사이는 그 이후 더 악화됐다. 이 자리에는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91)와 신 전 부회장의 부인인 조은주 여사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생일에는 롯데 총수 일가에 대한 대대적 검찰 수사로 기소된 상태에서 생일을 맞아 침울한 분위기가 유지됐다. 롯데 일가 상당수가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재판을 앞둔 상황이었다.
당시 신 명예회장은 신 전 부회장 부부와 남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한두명의 여동생들과 소공동 롯데호텔 프랑스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에서 조촐하게 저녁 만찬을 즐기며 생일을 보냈다. 맏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돼 참석하지 못했고, 신 회장과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도 일본 체류 중으로 불참했다.
2017년에는 신 명예회장 자신도 롯데 경영 비리 사태로 검찰로부터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상태인 데다, 일가족 대부분이 검찰로부터 중형을 구형받았던 터라 가장 힘든 생일을 맞았다. 이 때도 여러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신 명예회장은 생일날 가족, 친지들과 조촐한 식사를 하며 보냈다.
지난해 역시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34층에서 가족들과 함께 조촐하게 생일 축하 파티만 하고 끝냈다.
롯데 관계자는 "오전부터 가족들이 신 명예회장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거주지로 방문하고 있고, 지난해와 달리 신 회장도 국내에 머물고 있어 이날 오후쯤 방문할 것으로 전해 들었다"며 "올해도 신 명예회장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거주지에서 조촐하게 생일 축하 자리만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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