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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톡] 두 번째 패권싸움 액상형 전자담배…직접 피워보니


타격감 '하이브리드형' 절대 우세…압도적 강자는 없어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액상형(CSV·폐쇄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두 번째 패권 전쟁의 문이 열렸다. 지난 5월 미국 전자담배 시장 70%를 점유한 '쥴'이 국내에 상륙하자, KT&G도 '릴 베이퍼'의 출시로 맞대응에 나서면서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필립모리스·KT&G·BAT코리아 간 3파전이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의 판정승으로 기운 직후다.

이 제품들은 생소함과 편의성을 앞세워 시장 초기 나름의 반응을 얻었으나,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약한 타격감을 이유로 더 이상의 시장 확장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실패를 맛본 JTI코리아와 BAT코리아는 일정 부분 담뱃잎을 사용해 타격감을 키우고, 냄새가 없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장점도 함께 살린 '하이브리드' 제품들을 연이어 국내 시장에 내놓고 있다.

11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BAT코리아는 '글로 센스'를 출시했다. 이로서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경쟁은 쥴 랩스·KT&G·JTI코리아·BAT코리아 간의 4파전 체제로 자리잡았다.

이에 '쥴, 릴 베이퍼, 플룸테크, 글로 센스' 등 4개의 주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에 대한 체험 및 비교를 진행해 봤다. 비교 기준은 ▲담배맛 ▲타격감 ▲연무량 ▲디자인 ▲편의성 등 다섯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했으며, 카트리지는 모두 멘솔향이 나는 ▲쥴 팟 프레시 ▲릴 시드 아이스 업 ▲플룸테크 그린쿨러 ▲글로 센스 그린 포드를 기준으로 했다. 또 담배맛·타격감·연무량은 같은 멘솔형 제품인 '아이코스 히츠 블루'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비교에 사용된 제품들. 좌측부터 쥴, 릴 베이퍼, 플룸테크, 글로 센스. [사진=이현석기자]
비교에 사용된 제품들. 좌측부터 쥴, 릴 베이퍼, 플룸테크, 글로 센스. [사진=이현석기자]

◆'담배맛 비타스틱', 만족하기엔 아쉬운 '쥴 팟 프레시'

 [표=이현석기자]
[표=이현석기자]

'쥴 팟 프레시'의 맛은 달았다. 연한 스피아민트 향이 한 모금을 빨아들이자 마자 입안을 메웠다. 하지만 멘솔향은 희미했으며, 멘솔 담배 특유의 시원한 타격감은 거의 없는 수준이어서 아쉬웠다. 맛과 타격감을 종합해 보면, 담배라기보다는 '비타스틱' 등의 제품군과 보다 가까운 모습이었다.

연무량은 '아이코스' 대비 70% 수준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기분은 충분히 느낄만 했다. 다만 이 역시 일반 담배나 '릴 하이브리드' 등 연무량 특화 제품에 비하면 모자란 수준이었다. 특히,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공팟'을 이용해 보다 높은 농도의 카트리지를 사용했을 때 충분한 타격감과 연무량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웠다.

다만 '쥴'의 편의성 만큼은 경쟁 제품을 압도했다. 가로 1.5cm, 세로 8cm의 슬림한 크기와 무게도 가벼워 휴대시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으며, 카트리지(팟) 하나로 180번 가량 흡입할 수 있어 요령만 터득하면 하루 종일 하나의 카트리지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또 충전도 usb 충전 도크를 컴퓨터에 끼우고 기기를 세우기만 하면 빠르게 진행돼 편의성도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충전을 위해 반드시 충전 도크를 사용해야 했고, 도크가 USB-A 형식의 젠더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을 중심으로 집중 채용되고 있는 USB-C타입 단자와의 연결성은 떨어져 다소 불편했다.

◆’강한 향으로 승부', 담배 느낌 살려낸 '릴 베이퍼 시드 아이스 업'

 [표=이현석기자]
[표=이현석기자]

KT&G는 전통적으로 가향 담배 제품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해외 소재 단일 농장에서 대량으로 연초를 공급받는 외국계 담배 회사와 달리, 다양한 국내 담배 농장에서 생산되는 연초를 사용하고 있어 연초맛 만으로 균일한 담배맛을 내기 어려운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릴 베이퍼'도 KT&G의 이 같은 노하우가 가득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릴 베이퍼 시드 아이스 업'은 첫 모금부터 이 제품이 '쥴'과는 다른 제품이라는 것을 바로 느끼게 해 줬다. 상쾌한 멘솔향이 첫 모금부터 입안을 가득 채우며 이 제품이 '담배'라는 당연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강한 멘솔향 덕분에 타격감도 강해 궐련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느낌이었고, 이를 통해 액상형 전자담배의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하는 데 성공했다.

'릴 베이퍼'의 특기 사항은 '슬라이드 커버'와 '퍼프 시그널'이다. '슬라이드 커버'는 일종의 전원 스위치로 흡연을 시작할 때 아래로 내리면 예열이 시작된다. 다만 예열 시간은 매우 짧아 사실상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퍼프 시그널'은 한 개피 분량의 액상을 사용했음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진동 기능으로, 경쟁 제품이 별도의 안내 기능이 없어 머릿속으로 헤아리며 피워야 하는 것과 달리 깔끔한 사용 경험을 선사했다.

다만 '슬라이드 커버' 적용으로 디자인과 편의성은 일정 부문 희생한 모습이었다. 가뜩이나 '쥴' 대비 다소 큰 단말기 크기에 '슬라이드 커버'가 두께를 배가시켜 다소 뚱뚱해 보였으며, 마찰도 강한 편이 아니라 주머니에 넣고 있다 보면 '슬라이드 커버’가 자동으로 내려가 있곤 했다.

물론 이를 고려해 전원이 켜진 후 2분 동안 미사용시 꺼지는 기능이 있지만, 빠듯한 배터리 용량을 고려하면 이는 분명한 단점으로 판단됐다.

'릴 베이퍼'의 충전은 '쥴'과 비슷하게 USB를 통해 이뤄졌다. USB-A, B(마이크로5핀), C 등 현존하는 대부분의 포트를 지원했지만, 하나의 충전기에 여러 개의 젠더를 조립해 사용하는 방식이라 충전기 부피가 다소 큰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릴 베이퍼'는 슬라이드 커버를 내리고 사용하면 1개비 분량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사진=이현석기자]
'릴 베이퍼'는 슬라이드 커버를 내리고 사용하면 1개비 분량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사진=이현석기자]

◆'멋'과 '맛'을 얻고 편의성을 잃은 JTI코리아 '플룸테크'

 [표=이현석기자]
[표=이현석기자]

'플룸테크'는 검지 손톱만한 카트리지에 액상과 연초를 모두 넣은 '하이브리드형' 제품이었다. 한 갑에 5개의 카트리지가 들어 있으며, 한 개로 총 50번을 흡입할 수 있었다.

'플룸테크'의 타격감은 연초를 사용한 제품 답게 '쥴'과 '릴 베이퍼' 대비 제법 센 편이었고, 가공한 향이 나는 이들과 달리 실제 담배 맛이 일정 부분 느껴지는 등 한 단계 더 진보한 제품이라는 느낌을 분명히 줬다. 다만 연무량은 비교 대상 제품들 중 가장 적었다.

'플룸테크'의 가장 큰 장점은 '디자인'이었다. 전자제품 업계에서 소니가 그랬듯 JTI 또한 '플룸테크'를 통해 전자담배에서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수준의 디자인을 구현했다. 한 필의 연필을 보는 듯한 길고 둥근 원통형의 금속 몸체에, 흡입할 때마다 기기 말단에 푸르게 들어오는 LED 등은 과거 파이프 담배를 피는 듯한 감성적 만족감을 줬다.

다만 디자인을 위해 편의성을 희생하는 소니의 모습까지 닮아 있어 매우 아쉬웠다.

'플룸테크'의 본체는 크게 배터리·가열부·흡입구·카트리지·마우스피스 등 5개의 부속품으로 구성돼 있었다. 배터리를 가열부·흡입구에 연결하고, 카트리지를 위에 꽂은 후 마우스피스를 통해 피우는 방식이다. 당황스러운 점은 배터리와 가열부를 연결하는 방식이 자석이나 별도 결합 방식이 아닌 '나사식'이라는 것이었다. 또 각 파츠를 분리해 휴대하기에도 한 파츠의 길이가 경쟁 제품 단말기 전체 길이에 육박해 여의치 않았다.

충전 역시 이 같은 구조로 인해 불편함이 배가됐다. 한 번 충전해 한 갑 분량을 사용할 수 있고, USB-A 포트를 통해 연결하는 것은 경쟁 제품과 비슷했지만, 충전기에 연결할 때도 자석이나 케이블 연결이 아닌 나사로 돌려야 했다. 이에 노트북에 껴 두었다가 살짝 빼 한 모금 피우는 등의 방식으로 사용하기에는 크게 불편할 것으로 예상됐다.

'플룸테크'는 나사식 결합부를 채택해 충전시 신속한 사용에 불편함이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플룸테크'는 나사식 결합부를 채택해 충전시 신속한 사용에 불편함이 있었다. [사진=이현석기자]

◆'담배'를 99% 살려냈지만 투박한 디자인의 BAT코리아 '글로 센스'

 [표=이현석기자]
[표=이현석기자]

'글로 센스'는 BAT코리아에게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회심의 카드이자, 두 방면에서 '최초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자 BAT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대표인 김의성 대표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미 때문이었을까, 경쟁 제품 대비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던 '글로'에 비해 '글로 센스'는 담배 본연의 기능을 비교 대상 제품들 중 가장 살려내는 모습을 보였다.

눈으로 보기에도 제법 많은 양의 연초가 포함돼 있는 연초 카트리지는 일반담배에 뒤지지 않는 담배맛을 냈고, 멘솔향을 강화한 액정 카트리지는 뛰어난 타격감을 줬다. 연무량 또한 7.5W의 고출력에 힘입어 경쟁 제품 대비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카트리지 교체 주기도 비슷한 방식의 '플룸테크' 대비 간편했다. '플룸테크'가 5개의 소형 카트리지를 50회 사용시 바꿔줘야 했던 것에 비해 '글로 센스'의 액상 카트리지는 한 통으로 한 갑 분량을 사용할 수 있었다.

연초 카트리지도 갑당 3개가 들어 있었지만 액상 카트리지 한 개를 사용하는 동안 두 개만 사용해도 부족한 느낌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연초 카트리지의 크기 또한 '플룸테크' 대비 커 잃어버릴 우려도 적었다.

다만 전작 '글로'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뒷심' 문제까지 완벽히 해결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새 연초 카트리지를 사용하고 약 10번~15번 정도 흡입할 때 까지는 제법 깊은 담배맛이 났지만, 이후로는 이 같은 깊은 맛이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다소 뚱뚱하게 만들어진 디자인도 경쟁 제품 대비 매력을 반감시켰다.

'글로 센스'는 한 번 충전하면 한 갑 분량을 사용할 수 있었다. 충전 방식은 경쟁 제품군 중 유일하게 별도의 충전 독 연결 없이 USB-B(마이크로5핀) 케이블을 본체에 직접 연결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노트북에 끼워 충전하기에 주렁주렁한 케이블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일반적 환경에서 사용하기에는 가장 편리하다는 느낌도 분명 있었다.

'글로 센스'는 비슷한 방식의 '플룸테크'에 비해 보다 편안한 사용감을 제공했다. [사진=이현석기자]
'글로 센스'는 비슷한 방식의 '플룸테크'에 비해 보다 편안한 사용감을 제공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약 34조 원에 달한다. 이 중 한국시장은 2천688억 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5조2천억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 것에 비하면 매우 작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업계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규정이 완화되거나 확정될 경우 빠르게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현행 식약처 규제에 따르면 니코틴 함량이 1% 이상인 액상형 전자담배 전용 카트리지는 판매처에 유해물질 관리 전문가를 상주시켜야 하는 등의 제약 사항이 적용된다. 또 과세 기준도 아직 명백히 정해지지 않아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본격적 성장은 아직 첫 발도 떼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또 일반담배에서 궐련형 전자담배로의 전환 과정에서 다소 누그러진 비흡연자들의 담배연기에 대한 반감이, 궐련형 전자담배의 '찐내'에까지 확산되며 아예 냄새가 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수요도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도 일각에서 제기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연기에 대한 혐오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냄새가 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 특유의 장점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맛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련 규제가 확정되고 어느 정도 시장 가이드라인이 정해진다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버금가는 속도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때문에 주요 제조사들이 앞다퉈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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