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KT가 지사 통합으로 '남는 땅'이 된 구 전화국 부지를 기반 삼아 호텔업계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호텔을 세우고, 내부에는 '기가지니' 등 통신기술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 투숙객에게 좋은 반응도 얻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KT의 '변신'이 호텔산업 성장을 불러올 것이라 환영하는 한편, 경쟁 심화에 대한 부담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하얏트호텔앤리조트의 최고급 호텔 '안다즈'의 첫 한국 지점인 '안다즈 서울 강남'이 지난 9일 구 KT신사지사 부지에 문을 열었다. 전 세계 21번째이자, 상하이·싱가포르·도쿄에 이은 아시아 4번째 지점이다. KT에스테이트가 호텔을 세우고, 현대산업개발 계열사인 호텔HDC가 운영을 맡았다.
KT의 호텔 사업은 지난 2014년 서울 역삼동 영동지사 자리에 위치한 신라스테이부터 시작됐다. 또 지난해 7월에는 동대문에 위치한 을지지사 부지에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을 열었다. 특히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은 '국내 최초 AI 호텔'이라는 표어 아래 AI서비스 '기가지니'를 전 객실에 도입했다.
당시 KT는 조선호텔 레스케이프, 그랜드 앰배서더 풀만 호텔 등 서울·부산·제주도 소재 6개 호텔과도 '기가지니' 서비스 제휴를 맺으며 적극적으로 호텔 IPTV 시장을 공략해 나가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사업 확장 전략은 '안다즈 서울 강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객실 내에 ’기가지니'가 적용돼 실내 조명 등 객실 내부 장비를 음성으로 조작함은 물론, 각종 서비스도 '기가지니'를 통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KT는 오는 2021년 6월 서울 잠실 구 KT송파지사 자리에 아코르 계열 특급호텔 '소피텔'을 여는 데 이어 2022년 4월에는 KT중앙지사가 있던 서울 명동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특급 호텔 브랜드 '르메르디앙'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 같은 KT의 호텔 사업 확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업계는 KT의 호텔 사업 확장이 통신기술의 발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이 관련 설비의 부피를 크게 줄였고, 통신망을 한 곳에 모을 수 있게 됐다. 이에 과거 여러 곳의 주요 지점에 위치했던 KT 전화국들이 인근 허브로 통합됨에 따라 '빈 땅'이 늘어나 호텔 용지로 쓸 만한 부지가 충분히 확보됐다는 것이다.
실제 KT는 현재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강북지역본구,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연구개발(R&D) 센터,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구로지사 등 주요 지점에 최소 8조 원에 달할 것이라 평가받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강북지역본부가 위치한 자양동 지역은 구의자양재정비촉진1구역으로 지정돼 개발 수익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KT 관계자는 "호텔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은 호텔의 사업 환경상 통신기술과 연계한 사업 운영이 용이하기 때문"이라며 "호텔뿐 아니라 임대주택, 쇼핑몰, 아파트 등 상황에 따라 구 전화국 부지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업계는 이 같은 KT의 호텔 사업 성장에 대해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T의 공격적 확장을 통해 시장 규모 자체를 키워 최근 대두하고 있는 '호캉스' 트렌드가 널리 보급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또 자본력을 앞세운 서비스와 품질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경우 업계 전반에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KT는 좋은 부지, 강한 자본력, 호텔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 등 호텔 사업에 필요한 사업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는 회사"라며 "KT의 호텔 사업 확장이 호텔업계 전반의 서비스·품질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가지니' 서비스도 호텔 투숙객들에게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KT 호텔 사업은 소비자에게 좋은 평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KT가 세우고 있는 호텔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가 많은 만큼 중저가 호텔이 큰 타격을 입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신중한 입장도 보였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탄탄한 이미지, 수십년 동안 쌓은 브랜드 역량을 고려하면 KT가 운영하고 있는 신라스테이, 노보텔 등의 브랜드에 특급 호텔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 같은 역량이 다소 부족한 중저가 호텔들은 KT의 공격적 확장 속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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