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이 '파기환송' 되면서 비슷한 쟁점으로 상고심을 앞둔 롯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묵시적 부정청탁을 인정해 뇌물 액수를 대부분 인정한 만큼, 신 회장의 상고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또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 씨에게 건넨 말 3필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혐의액 16억 원을 모두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한 만큼,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36억3천484만원)만 유죄로 인정했으며, 이에 이 부회장은 뇌물액수가 50억 원 미만이 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특혜를 바라고 최순실 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결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액은 총 86억8천81만 원으로, 삼성의 법인 돈을 이용한 뇌물은 '횡령'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 원을 넘어서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 같은 대법원의 판단으로 신 회장의 상고심을 앞둔 롯데에도 먹구름이 끼였다. 신 회장도 비슷한 쟁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의 특허권을 얻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건넨 것이 뇌물로 간주된 상태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적극 요구해 수동적으로 응했다고 판단, 신 회장에 대한 처벌수위를 집행유예로 낮췄다.
그러나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수동적이고 비자발적 뇌물'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만큼, 신 회장의 상고심에서도 '수동적 뇌물 공여'라는 점을 인정한 2심 판단을 깨고 파기환송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검찰은 신 회장이 면세점 특허의 대가로 부정하게 청탁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또 2심부터 병합 심리 중인 신 회장의 롯데시네마 배임혐의와 증여세 포탈 등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유죄를 밝히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법률심을 다루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고 서울고법에서 사실심을 다시 진행하게 되면 신 회장에겐 다소 불리할 수 있다"며 "이번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단이 신 회장 재판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롯데는 상고심을 앞두고 김앤장과 엘케이비앤파트너스를 변호인단으로 꾸리는 등 만반의 대비에 나섰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이 '강요형 뇌물 피해자'라는 2심의 판단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파기환송이 되면 롯데로선 뇌물혐의에 단초를 제공한 월드타워면세점의 특허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사 체제 완성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도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상고심 판단에 대해 우리 측에서는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며 "신 회장의 상고심 일정은 아직까지 알 수는 없지만 조만간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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