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도민선기자]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CP)의 국내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접속 경로를 변경하며 불거진 이번 사건은 망 품질 보장 주체의 범위, 망 이용료 등 업계의 예민한 이슈와 직결돼 있어 이번 결과에 따른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22일 서울행정법원 재판5부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방통위는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번 소송에서 쟁점이 됐던 접속 경로 변경에 대한 고의성, 이용자 피해 등에 대해 페이스북 손을 들어줬다.
방통위는 판결에 대해 곧바로 항소 방침을, 페이스북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방통위는 "바로 항소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서울행정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며 "앞으로도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넷플릭스, 韓 통신사에 책임전가 빈번해질 것"
이번 소송의 발단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이용자들이 지난 2016년 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쓸 때 속도가 느려진다고 호소하며 시작됐다.
페이스북이 2016년 12월부터 약 2개월에 거쳐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접속경로를 KT에서 홍콩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조치가 인터넷상호접속제도 개정으로 KT가 다른 통신사에 지불해야할 접속료에 따른 이용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페이스북이 망 사용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기 위해 무단 변경한 사례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되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17년 5월 페이스북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 실태 조사에 착수, 이듬해 3월 페이스북이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다며 3억9천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페이스북는 이에 불복, 지난해 5월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년여간 진행된 공판 끝에 이번에 결론이 나왔다.
이번 법원 판결로 인해 국내 통신망을 사실상 공짜로 이용하는 외국계 CP들은 '무임승차'의 명분을 얻게 됐다는 점에서 최근 가열되고 있는 망 이용대가 논란이 더 가열될 조짐이다.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도 통신 속도 저하에 책임이 없는 외국계 CP들이 유리한 고지에 설 근거가 마련된 셈. 그동안 국내 CP들이 연 수백원씩 망 이용료를 내는 데 비해 외국계 CP들은 헐값이나 공짜로 통신망을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의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통신사가 전담하게 된 형국이다.
◆망 이용대가 등 무임승차 논란 확전? "별개" 시각도
다만 통신업계는 이번 판결과 방통위가 제정 중인 망이용료 협상 가이드라인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그간 접속 우회에 따른 이용자 피해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추후 유사 이용자 피해가 재발할 경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에 따른 방통위 제재의 적법성을 판단한 것"이라며 "국내 CP간 또는 국내외 CP 간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과의 연관성은 낮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방통위도 이번 판결과 망이용대가 관련 정책 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진성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판결 후 "페이스북에 대한 방통위의 처분은 국내 이용자들에게 사전고지 없이 우회해 국내 이용자에게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라며 " 이용대가에 대한 부분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판결로 인해 망이용대가 협상에서 글로벌CP의 협상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하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에만 서비스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과하면 넷플릭스처럼 임의로 통신사의 품질을 측정해 서비스 품질에 대한 불만을 통신사로 전가시키려는 행위가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포털 업계는 이번 판결에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법원이 방통위 손을 들어줬다면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국내 CP들에게까지 속도 문제와 같은 망품질 의무를 부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망 이용대가 등 역차별 문제와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CP에게 통신 망품질 보장 의무가 없기 때문에 판결 결과는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망 이용대가에 있어서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도민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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