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게임사들이 게임중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게임사들이 먼저 나서서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규호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대표)
"일부 사례를 마치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문제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또 성인용 게임 문제를 청소년, 학부모 이슈와 교묘하게 섞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김성회 'G식백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지난 20일 국회에서 '게임 질병코드 분류, 사회적 합의 방안은?'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모두 참석해 이 같은 갑론을박을 벌였다.
특히 게임사들이 중독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과 게임사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사실관계 등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찬성 측 "게임사, 책임 인정해야…'게임중독세' 검토 필요"
먼저 찬성 측으로 참석한 김규호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 대표는 "당초 이날 토론회에 참석하려 했던 김모씨는 게임중독 피해자로 과거 모 회사 게임을 하다 많은 재산상의 손실을 입었다"며 "당시 소송을 통해 재판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아 보상도 받았다. 김 씨 외에도 아직 게임중독에 벗어나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도 게임사들이 게임중독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게임중독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하는 공동 대책위원회 등을 조직하는 것도 국민 눈높이와 부모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게임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이를 치유하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면 질병코드가 등재되지 않아도 된다"며 "그러나 그런 시스템이 전무한 데다 게임사가 책임지려고도 하지 않기 때문에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소년들의 심야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실시 때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게임사 경영진에 이야기했지만 방치돼 결국 셧다운제가 도입됐다"며 "이와 똑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 있으면 사회적 합의가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쪽으로 가버릴 수 있다는 것을 게임사들이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게임스마트중독시민연대 정책기획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50개 이상의 연구결과가 축적돼 있는 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만장일치로 게임이용장애를 인정했다"며 "게임사들이 WHO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담배 회사인 KT&G가 중독 예방 활동을 하는 것처럼, 게임사는 청소년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게임이용장애 예방을 위해 게임사 수익 일부를 세금으로 걷는 '게임중독세' 도입도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화 학부보정보감시단 대표도 "게임을 이야기할 때 부작용으로 중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며 "게임사가 게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청소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대 측 "일부 사례로 호도 안돼…청소년 문제도 구분해야"
그러나 반대 측 입장으로 자리한 게임 개발자 출신의 김성회 'G식백과'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일부 사례를 우리나라 전체 게임산업의 문제로 호도하면 안된다고 맞섰다.
그는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은 마인크래프트, 브롤스타즈,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으로, 돈을 많이 쓸수록 강해지는 방식의 게임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게임의 종류를 고려하지 않고 마치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모두 사행성 게임에 빠진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임에 빠지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역시 인과관계를 혼동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게임 이용자들이 200만명이 넘는데 그 수많은 사람 중에서 범죄자가 나온 것일 뿐이지 게임 때문에 범죄자가 나온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장주 한국문화및사회문제심리학회 이사 또한 "게임사와 게이머도 우리나라의 일원으로, 이들에게 제한이나 규제를 가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일부 과장된 사건이 논의되기보다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논의가 차근차근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지훈 한국게임학회 법제도분과위원장(서원대 교수)은 "게임을 이용하는 자체만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또 게임업계에서 부작용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는 업계도 게임문화재단 및 센터 등을 만들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세연 의원은 "어느 한쪽만 옳고 다른 쪽은 틀렸다고 보면 사회적 합의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는 콘텐츠 산업 전반이 융합되고 있기 때문에 특정 장르에 대해 제재를 가하면 앞으로 인류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큰 제약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해결하는 주체가 업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게임이용장애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가족에 대한 지원 방안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대화와 토론을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20일 '게임피해 신고센터' 설립…게임중독 토론회 이어져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은 같은 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 지역사무소에 '게임피해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현장에서도 게임중독 관련 이야기가 이어졌다. 게임피해 신고센터 발대식인 만큼, 게임중독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개선 방안 등이 주로 언급됐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결국 더 오래 몰입하는 경우들이 생겨난다"며 "이 같은 현상이 아이들의 뇌와 행동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정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중독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이형초 박사는 "아이들이 놀이문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찾다 보니 가족들과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게임중독은 가정 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사회가 관련 치유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우선 게임피해 신고센터를 통해 게임중독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상담·치료서비스를 조기에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가족이 겪는 고통과 사회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게임이용문화 정착을 위해 게임 업계와 정부 및 지자체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나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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