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홈플러스가 온라인 물류 강화에 적극 나선다. 이는 임일순 대표이사의 '올라인'(올라운드) 전략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임 대표는 지난달 25일 '사업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온·오프를 넘는 '올라인' 플레이어로 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홈플러스는 점포 온라인 물류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점포 풀필먼트센터(Fulfilment Center, FC)' 2, 3호점을 각각 안양점, 원천점에 구축했다고 19일 밝혔다.
FC는 대형마트에 장착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해 물류센터 시공에 드는 거액의 비용과 시간, 관리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고객의 자택 가장 가까운 도심에서 누구보다 빠른 배송을 수행한다. 경쟁사와 달리 과도한 출혈 없이 신선 품질, 배송 속도,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올라인'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안양점과 원천점은 평범한 마트처럼 보이지만 내부는 완전 딴판이다. 매장에선 평소처럼 고객들이 여유롭게 카트를 끌며 장을 보고 있지만, 지하 1층에 들어서면 한편에는 배송 트럭 40여 대가 도열해 있고, 그 앞으로 약 2천 평 규모의 물류센터가 펼쳐진다.
대형마트의 4만여 종 상품 중 온라인 주문의 70%가 집중되는 3천여 종 핵심 상품이 빼곡히 진열돼 있고, 그 사이로 자동화된 롤러 컨베이어 한 줄이 길게 이어진다. 컨베이어 위로는 상품이 담긴 트레이들이 미끄러지듯 다닌다. 트레이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놓인 진열대 앞에서 멈춰 섰다가, 피커(picker, 장보기 전문사원)가 상품을 담아 주면 다시 다음 구역으로 향한다.
DPS(Digital Picking System)는 피커에게 물건을 담을 트레이 선정에서부터 상품 위치, 최종 검수결과 등을 모두 알려 주어 피킹 오차범위를 제로(0)화한다. 3분여 만에 컨베이어 한 바퀴를 모두 돈 트레이는 배송 트럭에 실려 마트를 떠난다. 흔한 동네 마트가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피킹을 모두 만족시키는 '쇼킹'(Shopping+picking)한 O2O 매장으로 바뀐 셈이다.
홈플러스는 최근 6개월간 안양∙원천점에 FC를 구축하고, 기존 10명 수준이던 피커를 40여 명으로 늘렸다. 시스템 및 물류 관리 직원 10여 명도 붙였다. 주문이 몰리는 상품만 모아 피커들이 평균 반경 3m 이내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돕고, 구매 빈도가 낮은 상품들은 필요할 때만 여러 고객의 물량을 한 번에 피킹해 오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특히 벽 하나를 두고 매장과 FC가 마주하고 있는 안양점은 매장과 FC 양쪽에서 냉장∙냉동 상품을 꺼낼 수 있는 '쌍방향 워크인쿨러(work-in cooler)'를 적용했다. 점포와 FC가 재고 및 시설을 공유해 생산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매장 고객은 냉장고 문을 열면 맞은편에서 피커들이 유통기한을 꼼꼼하게 체크하며 상품을 담는 모습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원천점은 배송 트럭이 지하로 내려오지 않고 1층에서 바로 물건을 싣게끔 FC와 물류입고장을 잇는 '스파이럴 컨베이어'와 '수직반송기'를 설치한 것이 눈에 띈다. 피킹된 상품은 스파이럴 컨베이어를 따라 나선형으로 천천히 돌며 1층 입고장으로 오르고, 선도가 중요한 신선식품은 일종의 엘리베이터인 수직반송기를 타고 배송 트럭 출발 직전에 출고된다.
이런 방식으로 안양점과 원천점의 하루 온라인 배송 건수는 기존 200건의 7배인 1천500건, 피커 1인당 고객 주문 처리 건수는 기존 22건에서 30건으로 확대된다. 또 기존 점포 5km 이내이던 배송 반경도 15km까지 늘어나 안양점은 방배, 서초, 사당, 양재, 평촌을, 원천점은 죽전, 광교, 신갈, 기흥까지 커버하게 된다. 특히 각 FC는 앞으로 배송 증가 추세에 맞춰 피커 90여 명, 배송 트럭은 80여 대까지로 늘려 하루 배송 건수를 3천 건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의 이런 변화는 전국 모든 점포를 각 지역별 '고객 밀착형 온라인 물류센터'로 탈바꿈시켜 단기간 내 온라인 사업을 성장시킨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앞으로 홈플러스는 현재 107개 점포 온라인 물류 기능을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시키고, 온라인 배송이 크게 몰리는 지역은 물류 기능과 규모를 업그레이드한 FC를 통해 커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피커는 기존 1천400명에서 4천 명, 콜드체인 배송차량은 기존 1천여 대에서 3천여 대로 늘려 하루 배송건수를 기존 3만3천 건에서 12만 건으로 키우게 된다. 전국 어디서든 고객의 자택 가장 가까운 점포에서, 가장 신선한 상품을 선별, 콜드체인 차량으로 가장 빠르게 '당일배송'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의 강점을 융합한 모바일 창고형 마트 '더 클럽'을 통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도 '전국 당일배송' 시대를 연다는 포부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도전을 통해 지난해 6천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2019년 1조 원, 2020년, 1조6천억 원, 2021년 2조3천억 원으로 수직 상승시킬 전망이다.
송승선 홈플러스 모바일사업부문장은 "늘 앞서 움직이는 온라인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업 규모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지원과 발상의 전환이 어우러진 '똑똑한 투자'"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서 있는 그 자리에,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모든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