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하이트진로의 대표 맥주로 떠오른 '청정라거 테라'가 출시 4개월여만에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최근 몇 년간 출시됐던 맥주 신제품 중 가장 빠른 상승세로, 경쟁사인 오비맥주는 점유율을 뺏기지 않기 위해 이례적으로 '카스' 할인 행사에 나서는 등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맥주 시장 점유율이 25% 안팎까지 주저앉았으나, 최근 '테라'의 인기에 힘입어 3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테라'는 출시 4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한 후 꾸준히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두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테라'의 인기는 판매량으로 증명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출시 이후 100일 만에 1억 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출시 40일 만에 100만 상자(약 3천만 병)가 판매됐는데, 이는 국내 맥주 신제품 중 가장 빠른 속도다. '하이트', '맥스', '드리이피니시d' 등의 첫 달 판매량이 20만~30만 상자 수준임을 감안하면 기존 맥주의 3~4배 수준이다. 지난 6월에는 한 달 동안 100만 상자(약 3천만 병)가 판매됐다.
'테라'가 예상 수요를 뛰어넘는 호응을 얻으면서 하이트진로는 제품 출시 보름 만에 생산량을 2배로 늘렸다. 5월 중순에는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물량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전체 판매 목표를 조정하고, 7월 중순부터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상권을 시작으로 전국에 생맥주를 선보여 성장세에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하이트진로 맥주 최대 성수기인 8월을 맞아 '테라'의 마케팅 활동 강화에 본격 나선다. '테라'가 최근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움직임이 판매량 증가로 이어져 하반기 전체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하이트진로는 시장 공략을 더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초부터 지상파, 케이블, 디지털 매체 등을 통해 '테라'의 여름 광고도 공개했다. 테라 모델인 배우 공유가 나와 청량감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가 테라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2차 마케팅에 돌입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일본 불매 운동이 불기 시작한 직후였다"며 "영상 제작 시간 등을 고려하면 불매운동을 노린 것으로 보긴 어렵지만 타이밍이 너무 적절했다"고 말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대학가와 도심 등 주요 상권에서도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한다. 특히 오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전주종합경기장 야구장에서 열리는 '제 5회 전주가맥축제'에 특별 후원사로 참여해 지역 내 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테라를 공급하고 축제 흥행몰이에 나선다.
올해는 대세 맥주로 떠오른 '테라'를 전량 공급하고 축제를 찾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 축제 둘째 날인 9일에는 '테라 데이(TERRA DAY)'로 운영, 관객들과 함께하는 특별 무대 프로그램을 저녁 6시부터 진행한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테라 판매량이 3월 40만, 4월 67만, 5월 94만, 6월 134만, 7월 140~150만 상자로 월별 성장세를 지속 중"이라며 "생맥주가 출시되는 8월 이후 목표치는 월 200만 상자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테라'의 기세에 눌린 오비맥주는 오는 31일까지 '카스'와 발포주 '필굿'의 출고가를 한시적 할인해 판매한다고 나섰으나, 도매상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감한 상태다.
이번 할인 행사에서 카스 500㎖ 병맥주는 현행 출고가인 1천203.22원에서 1천147원으로 4.7% 인하됐다. 20L 용량의 카스 생맥주 1통(케그)의 출고가는 기존 3만3천443원에서 2만8천230원으로 약 15% 내렸다.
오비맥주는 일본 불매운동과 맞물려 '국산맥주 소비 촉진'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으나,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테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테라' 출시 이후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업소에서 5~10%p, 업소·가정용 시장 전체에서 3%p 가량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주류 역시 '피츠'의 부진과 '테라'의 강세가 맞물려 기존 7%에서 5%로 점유율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상승세였던 수입맥주도 처음으로 올해 역신장을 기록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나 소매 단계에서 가격 할인을 펼치는 것이 아닌, 맥주회사가 자발적으로 출고가를 낮춘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오비맥주가 '테라' 견제를 위해 무리수를 두면서 도매상들의 반감만 커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맥주를 유통하는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와 지방 일부 주류 도매상들은 오비맥주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유통 거래에 혼선을 준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가격 인상과 이번 한시적 가격 인하 외에 지난 6월 말 국세청이 예고한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도 할인가를 적용했다. 4개월간 가격 인상과 한시 인하, 원상복구, 한시 인하를 반복하며 주류 도매상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에 오비맥주는 주류 도매상과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주류 도매상은 오비맥주가 재고 처리를 위해 물량을 떠넘긴 것이라고 맞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7월 국세청 고시 시행을 앞두고 4월 출고가 인상을 통해 '밀어내기'를 한 것도 모자라, 이번엔 기습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며 "업소에서 카스가 예전보다 덜 팔리면서 재고만 쌓인 상태에서 이 같이 나서면 중간에 있는 도매상들만 재고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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