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롯데케미칼이 자본잠식에 놓인 합성고무 사업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합작 7년차에 접어든 롯데베르살리스 엘라스토머(롯데LVE)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다. 이로써 당시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현 롯데 화학BU장)이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다각화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전날 롯데LVE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시장 선점을 위해 이탈리아 석유화학업체 베르살리스와 합작, 롯데LVE를 설립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7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롯데LVE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4년 270억 원을 출자해 지분 50%를 확보한 이후 ▲2015년 7월 390억 원 ▲8월 390억 원 ▲2016년3월 134억 원 ▲2017년 2월 398억 원 ▲6월 150억 원 ▲2019년 2월 250억 원 등 총 2천억 원을 투자했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2분기 전통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이번 투자를 결정한 배경은 롯데LVE의 재무상태가 심각해서다. 지난해 롯데LVE의 영업이익은 872억 원 적자, 1천23억 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과 비교해 영업손실은 16배, 순손실은 무려 23.8배나 증가한 수치다.
재무구조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차입금 규모가 4천693억 원으로 전년(4천191억 원)과 비교해 12% 증가했다. 지난해 부채비율은 274.2%로 전년(158.8%)과 비교해 무려 10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을 까먹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자본잠식률은 37%다.
롯데LVE가 올해에도 실적 개선에 실패할 경우 자본이 자본금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자칫 관리종목 지정대상에 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롯데케미칼과 베르살리스는 올해 2월 롯데LVE에 250억 원씩, 또 전날에도 250억 원씩 총 1천억 원을 추가 투입해 자본잠식률을 3.7%까지 낮췄다.
롯데LVE가 순이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에는 SSBR, EPDM 등 주요 판매 제품들이 범용이 아닌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시장이 크지 않은 데다 판매처도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롯데LVE 재고자산은 517억 원으로, 이를 매출원가로 단순 계산하면 6개월치 상품이 창고에 쌓여있는 상태다.
다양한 신규 사업과 해외 사업 추진 성과를 인정받고 그룹 화학BU장까지 오른 김교현 BU장에게 롯데LVE는 당분간 아픈 손가락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날 롯데케미칼의 지원에도 여전히 롯데LVE는 자본잠식 상태"라며 "롯데케미칼은 조만간 또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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