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롯데쇼핑이 다음 달 롯데몰 수지점을 개점하며 인근에 위치한 롯데마트 수지점을 폐점키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 측이 그동안 이곳에 입점한 상인들에게 폐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롯데몰 수지점 오픈이 임박하자 최근 돌연 폐점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일단 롯데 측은 폐점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입점 상인들은 "점포 폐점으로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오후 찾은 롯데마트 수지점은 오가는 인적이 드물었고, 군데군데 매장이 철수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일부 매장에 걸려있는 '임차인 우롱하는 롯데마트'라는 글이 적힌 현수막들 뿐이었다. 롯데몰 수지점은 롯데마트 수지점과 마트 기능을 단일화해 다음달 29일 개장할 예정이다.
매장 내에서 체형교정샵을 운영하고 있는 P씨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몇 달 전 롯데마트가 '롯데몰과 롯데마트는 별개 사업체인 만큼 폐점은 없다. 걱정하지 말고 영업하라'고 했다"며 "이를 믿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지난 5월 말 계약 해지 내용증명만을 덜컥 보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P씨에 따르면 롯데마트 수지점에서 이 같은 처지에 놓인 점포는 16개에 달한다. 갑작스런 폐점 통보에 점포 이전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입점 상인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롯데마트 본사는 "오는 10월 말까지 정리 기간을 주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롯데마트는 이 기간 동안 별도의 임대 계약은 체결하지 않고, 임대료만 받는 것으로 점포 운영을 한정적으로 허가했다. 이와 함께 별도의 ▲이의나 민원제기 금지 ▲소송 등 각종 청구·언론제보 금지 ▲비밀누설 금지 등의 조항을 담은 합의서 작성을 할 경우 잔여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제안도 함께 제시했다.
P씨는 "합의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며 "폐점 루머가 돈 지도 몇 년이 됐는데, 롯데 측이 폐점 사실을 조금만이라도 일찍 통보해 줬다면 살 길을 찾아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롯데마트 수지점은 롯데몰 수지점 개점이 확정됨과 동시에 폐점설에 휩싸여 왔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인근 주민 A씨는 "몇 년 전부터 롯데마트 수지점이 빅마트 혹은 하나로마트로 바뀔 것이라는 소문이 꾸준히 있었다"며 "폐점이 없다는 롯데마트 입장만 믿고 이곳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해 왔는데, 난데없는 폐점 소식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하이마트 등 정상 운영 점포가 있는 2층과 달리, 3층에는 곳곳이 텅 비어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폐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플레이타임' 매장을 비롯해 직영 장난감 매장, 피트니스 센터, 카페를 제외한 대부분의 매장이 철수한 상태였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계약이 만료돼 철수한 매장들이다.
이곳에서 피트니스 센터를 1년10개월 동안 운영하고 있는 K씨는 P씨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 피트니스 센터는 별도 임대료 없이 수수료만을 지불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데, 폐점이 밝혀짐과 함께 회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곧 바로 매출 타격으로 돌아왔다.
K씨는 "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 떨어졌고, 지난 5월과 비교하면 70% 떨어졌다"며 "폐점을 앞둔 매장에 어떤 회원이 등록을 하겠는가"라며 되물었다.
이어 "폐점을 앞두고 롯데마트 수지점이 8월부터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1층 매장만 운영할 예정이어서, 센터를 운영하기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아직 회원권 기간이 남아 있는 회원들의 이탈도 있을 것 같지만, 롯데마트 본사 측에서는 구두로만 보상을 해 주겠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또 K씨는 "롯데몰 수지로의 이전을 제안했다면 기꺼이 받아들였을텐데, 롯데마트 측으로부터 롯데마트와 롯데몰을 담당하는 부서가 달라 잘 모른다는 말만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실제 롯데몰 수지에는 다른 피트니스 센터의 입점이 예정돼 있다.
K씨는 "지난 10일부터 롯데마트 본사와 시설비, 기존 회원 피해보상 등을 두고 협의를 시작했다"며 "마트가 폐점하면 내부 점포를 철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롯데마트 본사가 원활하게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롯데쇼핑은 현재 폐점이 확정되지 않아 만일을 대비해 계약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오해로, 법률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롯데마트 수지점이 임대로 운영됐던 만큼 매장 이전 등의 정보를 사전에 공유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수지점 폐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경우 실제 폐점 시 점주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고, 합의서는 점주에 따라 요구 사항이 크게 달라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작성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폐점으로 이어지더라도 협력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롯데마트 수지점 입점 상인들은 롯데쇼핑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집단 행동을 예고했다.
한 관계자는 "상인들은 생존 위협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별도의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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