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차량 결함에 따른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강제적 리콜보다 자발적 리콜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엄벌주의로 일관하다간, 외려 결함을 은폐하는 등 부작용이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12일 오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1제미나실에서 열린 '자동차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는 류병운 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 김을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박수헌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조사의 리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현행법상의 문제점으로 리콜 요건의 불명확성이 지적된다. 자동차관리법 제31조 1항이 규정하고 있는 리콜의 요건인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라는 표현이 모호해서다.
류병운 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라는 표현이 불명확해 제조사가 리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은폐할 수 있다"며 "형벌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는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데 위험하지 않은 사례도 있고, 안전기준에 부합하는데 위험한 경우도 있다"며 "실제 위험 기준으로 리콜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안전관련 결함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조사에게 형벌을 부과하는 문제에도 허점은 있다. 현행법상 강제적 리콜은 제조사가 거부해도 형사 처벌이 불가능하고 자발적 리콜은 거부하면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사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결함을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대안으로 해외와 같이 자발적 리콜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를 위해서는 신고의무제도 도입과 정부의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는 "미국과 독일, 일본 등에는 신고의무제도가 다 있다"며 "일단 처벌 없는 신고를 규정하고 자발적 리콜·리콜 권고·강제 리콜 등의 단계를 두면서 최종적으로 마지막에 리콜 명령을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제도를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을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신고의무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상무는 "정부의 시정명령 제도를 활성화하고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제조사와 정부가 함께 합리적 리콜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수헌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자발적 리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수는 "자동차관리법의 행정처분, 벌칙, 손해배상 등의 대한 규정을 완비해 자발적 리콜 불이행 시에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예외적으로 정부의 강제적 리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자발적 리콜을 강제하기 위한 손해배상 등의 사후 수단들이 있지만 이는 이미 소비자가 안전 위험에 빠진 이후라 위험을 사전 예방하려는 리콜의 근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원인불명의 사안에 대해서는 제조사의 자발적 리콜이 아닌 정부의 강제적 리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황금빛 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