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지난 2017년부터 계속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에 대해 민관합동조사위원회가 복합적인 시스템 결함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ESS 가동중단 조치로 막대한 피해를 감당해온 업계에서는 명확한 원인규명이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조사위는 "다수의 사고가 동일 공장의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특정 제조사의 배터리 결함을 원인에서 제외한 것은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특정 제조사에 면죄부를 준 꼴이라는 비판의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위원회가 실시한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결과를 공개했다. ESS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쓸 수 있는 장치다. 전력변환장치(PCS),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 풍력발전 연계용 ESS 화재를 시작으로 총 23건의 화재가 발생하자 ESS 가동중단 권고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올해 1월부터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약 5개월 여에 걸쳐 조사활동을 실시한 바 있다.
조사위는 화재사고 원인을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추정했다. 특히 조사위는 특정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한 배터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실증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제외했다.
조사위는 다수의 사고가 동일공장의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배터리 생산과정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한 셀 해체분석을 실시했다. 이에 특정 제조사가 생산한 일부 셀에서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의 제조 결함이 확인됐다.
하지만 조사위는 "극판접힘과 절단불량을 모사한 셀을 제작해 충·방전 반복시험을 180회 이상을 수행했지만,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의 단락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제조사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업계 내에서는 특정 제조사에 대한 봐주기 결론이라고 비판한다.
대부분의 화재가 1년 내외 사용 후 발생한 것을 감안할 때 최소 500회의 충·방전이 진행됐어야 한다는 점이다. 익명의 한 ESS 관련 업계 관계자는 "180회의 충·방전만으로는 원인 규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조사위는 특정 제조사의 배터리가 수분과 분진 등에 취약하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배터리 업계 전반의 문제라고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는 공조기 주변 용융흔적이 발견된 사례 등을 근거로 수분, 분진, 염수 등의 환경을 배터리 시스템에 모사해 시험한 결과, 특정社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ESS 제조·설치·운영 단계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강화 대책을 시행키로 했다는 점에 대해선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ESS 화재로 인해 ESS 가동이 중단됐고 신규 프로젝트 역시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에서 ESS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산업부는 ESS용 대용량 배터리 및 PCS를 안전관리 의무대상으로 하여 ESS 주요 구성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KC인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설치장소별 설치기준을 마련하고 ESS 관련 안전 및 보호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 대형제조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ESS를 신성장 사업이라고 하면서도 관련 부품 하나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같은 종합 안전대책을 내놓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에서 한국의 선도국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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