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대한항공이 올 초 계획보다 큰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20일 항공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7일 2천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2년 후 조기상환권(콜옵션)이 생기는 조건이며 만기는 30년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발행 당일 증권사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이 영구채 물량 전부를 소화했다"고 말했다.
영구채는 만기 없이 이자만 지급하는 채권이다. 부채지만 상환의무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국제회계기준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재무개선을 위한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로 인식된다.
대한항공은 이미 지난해에도 두 차례의 영구채 발행을 통해 모두 3천700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3월에도 상반기 중 1천500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이번에 영구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영구채 발행에 나서며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는 것은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지난해 한진그룹의 경영참여를 선언한 KCGI(강성부펀드)가 경영의 실패를 지적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여간 것과도 연관이 깊다.
대한항공은 당시 상황을 의식해 올해 2월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수익성을 개선하고 재무안전성을 제고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 27조원과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190대의 외형성장, 차입금 감소, 400% 미만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연간 사용량 50% 이내로 유가 헷지를 하고 차입통화를 다변화하는 한편, 금리스왑 등을 통해 외부환경 변화에 대응함으로써 현재 BBB+인 신용등급을 A+까지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대한항공은 부채비율 축소와 이를 통한 신용등급 상향을 위해 자본확충에 고심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에는 예년에 비해 부채비율이 크게 상승될 것이 예상됐던 만큼 이런 고민이 더 컸다.
올해 1월 1일부터 회계기준이 국제회계기준(IFRS) 16으로 변경됐다. 새롭게 적용된 IFRS 16의 핵심은 금융리스와 동일하게 운용리스 역시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다.
항공사의 경우 적잖은 항공기 운용리스가 있다. 때문에 IFRS 16 적용으로 과거에 비해 부채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운영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해 819.1%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부채비율(743.7%) 대비 75.4%p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당초 계획했던 규모보다 상향된 수준으로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며 부채비율 상승의 영향을 조금이나마 상쇄할 수 있게 됐다.
기존대로 1천500억원을 발행했다면 부채비율은 779.5%로 전년 대비 39.6%p 줄어드는 데 그치지만, 2천억원으로 상향 발행하며 767.1%로 52%p 축소됐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영구채 발행은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며 부채비율을 50%p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호적인 금리조건으로 기존 규모보다 확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상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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