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을 놓고 노사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 측이 분할에 반발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은 노조의 주주총회 방해를 저지하기 위한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 맞불을 놓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전날 특수선·울산 외 지역을 제외한 전 조합원 4시간 시한부파업을 벌였다. 이는 올해 첫 파업이다. 당초 2시간 파업을 계획했지만, 전날 사측이 공개한 법인분할 계획서 검토 후 긴급 중앙대책위원회를 열어 4시간 파업으로 확대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를 위해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신설회사)으로 분할하기로 했다. 노조는 분할이 이뤄질 경우 부채는 현대중공업에만 승계되면서 빈껍데기만 물려받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분할로 인해 본사가 서울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오는 21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나흘간 4시간 파업에 나선다. 22일에는 전 조합원의 8시간 파업 후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서울지사 상경투쟁에 나선다. 이후 매주 1회 집회를 이어간 뒤 주주총회 전날인 30일 영남권 노동자 결의대회에서 결집해 법인분할을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분할이 이뤄지면 자산은 한국조선해양으로 넘어가는 반면 수조원대의 부채는 신설 현대중공업이 감당하게 된다"며 "여기에 사실상 본사 격인 한국조선해양이 서울에 거점을 두게 되면서 지역경제는 더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전날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입니다'라는 제목의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했다. 회사는 홍보물에서 "물적분할은 막대한 재정부담 없이 주식 교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신설 현대중공업이 승계하는 부채 7조원 중 3조1천억원은 선수금과 충당부채이기 때문에 외형상 부채 규모로 회사 부실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본사 이전 우려에 대해선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서울에 있는 것일 뿐 신설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에 남는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최근 울산지법에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대우조선지회를 상대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의 법률 대리는 법무법인 김앤장이 맡았다.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22일 오후 첫 심문기일이 잡혔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분할 의결이 이뤄질 경우 실력행사 의지를 내비치면서 조선업 빅딜 작업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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