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의 유상증자 청약 결과가 엇갈렸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청약률을 100% 넘기면서 흥행에 성공한 반면, 계열사인 두산건설은 75%에 그치면서 목표한 현금 확보에 난항을 겪게 됐다.
그동안 두산중공업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두산건설 지원으로 인해 부실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향후 신규 수주에 따른 실적개선 가능성 등 견조한 펀더멘털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에 걸쳐 기존 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신청을 받았다. 보통주 8천500주(모집가액 5천550원) 발행을 통해 4천717억원을, 전환상환우선주(RCPS) 936만주(6천50원)를 통해 566억원 등 총 5천283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우리사주조합 20%, 구주주 80%씩 배정됐다. 보통주 청약에서 지분 33.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두산이 1천416억원을 출자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더욱이 임직원에게 배정된 우리사주조합 물량 1천700만주도 전량 청약되면서 흥행에 도움을 보탰다.
다만 RCPS는 기존 주주 등을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했지만, 이들 모두 불참했다. 두산중공업은 청약수요가 없어 실권주를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총 청약률 101%를 기록, 4천718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일단 두산중공업은 현재 보유자금으로 두산건설 살리기에 나선다. 작년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자산으로 5천273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증자규모 4천200억원 중 3천억원을 보유자금으로 납입하고 두산건설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3천억원 자금을 대여키로 했다.
아울러 이번 증자 납입금을 자체 차입금 상환과 신규사업 투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6·7·8월 만기의 기업어음(CP) 370억원과 일반대출 196억원 등 566억원의 단기차입금과 3천억 규모의 RCPS 상환에 나선다. 부채 비율이 188%에서 150%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같은 유상증자 흥행으로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영업이익 대비 과중한 이자비용 부담으로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던 상황에서 재무구조 개선이 예상되는 데다 수주인식 절차를 진행 중인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남아 있어서다.
하지만 두산건설은 유상증자에 빨간불이 켜졌다. 두산건설은 주주배정 유상증자 청약을 진행한 결과 발행 예정주식 3억3천466만주 가운데 2억5천133만 주 청약이 접수되면서 75.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당초 4천200억원의 운영자금 마련 계획이 3천15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향후 실적 개선이 가능하고 주당 발행가액도 현재 주가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한 것"이라며 "다만 두산건설은 여전히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니 더욱더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자체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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