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20년 전 김밥으로 허겁지겁 아침 식사를 하던 신입사원이 지금 상무가 돼서도 찾아오고 있어요. 가끔 한가할 때는 말동무도 해주고, 주식이 떨어졌다며 울면서 술에 취하면 집에 데려다 주고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지난 주말에 만난 BBQ 여의도역점 이현주 패밀리사장(BBQ에서는 점장을 패밀리사장이라 부른다)은 잠시 추억 어린 표정을 짓더니 옛 일을 꺼내놓았다. 이 사장은 월매출 1억5천만 원에 달하는 '우량 점포' 운영자다. 올해로 12년째 BBQ 여의도역점을 운영하고 있다.
◆단골 '신뢰' 쌓는 것 중요…"가게 버팀목 됐다"
BBQ를 운영하기 전 같은 장소에서 8년여 동안 김밥과 커피를 판매했던 이 사장은 당시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신문을 읽으며 점포 운영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 20년 전 처음 가게를 열 때 음료 배달도 했던 이 사장은 통과일로 주스를 만들고, 김밥에 좋은 재료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주변 회사 직원들에게서 좋은 재료를 쓴다는 평을 들었고, 2000년대 초반에는 점심시간에 번호표를 발행하며 김밥을 팔기도 했다.
이 사장은 여의도 증권가 회사원들이 아침 회의 때마다 여러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 후 매일 아침 7시 가게 오픈 전에 신문을 탐독했다. 아침에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시사와 관련된 얘기를 주고받기 위해서였다.
이 사장은 "모닝커피를 사다가 뜻하지 않은 '정보'를 얻은 회사원들이 자연스럽게 단골손님이 됐다"며 "BBQ로 업종을 변경한 지금까지도 종종 찾아오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BBQ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도 뉴스를 꾸준히 찾아보고 있다. 또 정형화된 프랜차이즈 음식이라도 좀 더 맛있게 만들기 위해 1천500만 원에 달하는 피자 오븐을 먼저 도입하고, 양질의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본사에 적극 건의하는 등 고객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사장은 "장사를 하는 사람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항상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객이 하는 일에 대해 사소한 질문 하나라도 던지고, 그 대답을 듣는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지금까지 왔다"고 밝혔다.
가게를 운영하는 많은 사람들이 단골손님과 친구처럼 지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사장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수록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손님들의 일상에 대해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장사한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술 한 잔을 더 팔기보다는 손님에게 귀가를 종용하고, 과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등 일정한 '선'을 지키려고 했고, 이를 단골손님들이 알아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골손님들과의 신뢰는 이 사장을 수차례 구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지난 10년간 찾아온 불황 속에서 이 사장의 가게도 매출이 수직 하락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잊지 않고 찾아준 여러 단골손님 덕분에 가게를 꾸려 나갈 수 있었다.
이 사장은 "가게가 손님들로 꽉 차 있을 때 굳이 전화해 달라며 번호를 남기고, 다른 가게에서 간단히 마신 후 다시 가게를 찾아준 단골손님도 있었다"며 "이런 단골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료의식'은 필수…"아르바이트·본사·점주 모두가 동료"
이 사장은 인터뷰 진행 중 아르바이트 면접자가 찾아와 잠시 자리를 비우고 면접을 진행했는데, 주 5일 매일 일하겠다는 지원자에게 오히려 휴식을 종용하며 격일 근무를 권했다.
이 사장은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생활비를 벌려고 일하는 '동료'인데, 돈 때문에 생활을 망치면 안된다"며 "아르바이트생이 2~3일 일하면 반드시 하루는 쉬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되지만 학생들이 '일'을 하면 '현실적 금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급여 또한 시급 1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장은 가맹본부와 인근 6곳의 다른 BBQ 가맹점주도 동료라고 생각했다. 이들과 함께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어려워 상권에서 생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사장은 "더 좋은 재료가 필요하면 본사에 당당히 요구하고, 지원을 받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인근 가맹점주와도 친분을 쌓아 서로 재료가 모자라거나 많은 경우 지원해주면서 함께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사장은 본사에 행사 지원을 위한 탑차를 먼저 요구해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또 본사가 피자를 출시했을 때 여의도점에서 가장 먼저 판매해 '테스트 베드'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메뉴 다변화에 성공해 지금은 피자가 월 매출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사장은 "불황 속에서 자영업자로서 살아남는 방법은 장기적인 안목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최고의 노하우라고 생각한다"며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금방 가게를 접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일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점이 무엇인지 연구하고, 고객의 상황을 이해하는 사장이 돼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골 고객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고객들은 분명 알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석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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