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지난해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는 장시간의 화재로 인해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소훼, 결국 원인미상으로 마무리됐다.
서울서대문경찰서(서장 총경 홍석기)는 30일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 내사를 진행한 결과 방화의 협의점을 발견되지 않았으며, 장시간 화재 등으로 통신구 내부가 심하게 소훼돼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하지 못함에 따라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발화원인을 규명할 수 없어 내사종결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지난해 11월 24일 신고시 기준 11시 14분께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사건에 대해 발생 직후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13명 규모의 수사전담반을 편성했다.
방화, 실화 등 발화 원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구체적인 발화지점과 화재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한전, 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화재현장조사 3회, 합동회의 2회를 실시했다.
KT아현지사 지하 통신구 관리자 등 관련자 21명에 대한 참고인조사, 관련 법규 검토 및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등 광범위한 내사를 진행한 바 있다. 경찰은 내사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 환풍기 제어반 발화 가능성도 재연 불가능
화재사고 이후 지난해 11월 25일 경찰과 소방, 한전 등과 합동으로 1차 합동감식에 나섰다. 이후 같은달 26일과 28일에는 국과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해 2~3차 합동감식을 실시했다.
26일 2차 합동감식에서는 통신구 출입구 및 중간 맨홀 주변에 대해 간이유증검사를 실시했다. 연소잔해물에 잔류한 인화성물질 검출을 위해 간이유증검사기를 이용해 유기용제류성분을 확인하는 간이검사를 말한다. 28일 3차에서는 전력케이블, 연기감지기 등 전기설비 및 환풍기 하부 연소잔류물 등을 수거해 감정 의뢰했다.
같은 달 27일에는 최초 목격자뿐만 아니라 건물관리부서 관계자 및 통신구 출입자 관리부서 관계자 등 총 25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화재 발생 당일인 11월 24일 지하 1층 통신구내 작업이나 출입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 감정 결과 법화학감정서에 따르면, 지하1층 통신구내 환풍기 하부 수거물 등 연소잔류물에 대한 '인화성물질 확인시험' 결과, 휘발유, 등유, 경유 및 기타 유기 용제류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법안전감정서에 따르면, 발화지점과 관련 '화재 현장 통신구는 맨홀 지점 주변과 집수정 방향 주연소 지점의 끝부분 사이에서 발화했을 가능성 있음'을 의견으로 제시됐다.
발화원인으로는 '인적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낮은 점을 고려할 경우, 통신구 내부의 전기적 원인에 의한 발화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통신구의 심한 연소 변형으로 인하여 구체적인 발화지점의 한정 및 발화 원인에 대한 논단은 불가하다'고 결론 냈다.
내사 결과도 방화가능성이 희박하고, 사람에 의한 실화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으며, 구체적 발화지점을 한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유력했던 환풍기 제어반 발화 가능성도 추론에 그쳤다.
김정현 서울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관은 "행정조사상 구체적 발화 가능성을 지목하려다보니 방화 혐의없고, 화재가 날 수 있는 이유로 전기일 가능성이 높고, 여러 통신케이블 장애신호라든지 분석했을 때 화재는 원인미상이지만 환충기 제어반 발화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정욱 서울과학수사연구소 이공학과 공업연구관은 "실험 연구목적으로 재연실험은 가능하나 실제상황에 따른 조사 결론을 위해 실험한다는 것은 무리다"라며, "화재 당시 조건과 맞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사과정에서 KT 화재 통신구에 예를 들어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발화지점을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따랐다. KT 아현지사 통신구는 길이가 조건을 충족치 않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지 않아 소방기본법상 '특별소방점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 'KT 관리태만' 공통 진술…처벌은 어려워
KT는 화재 원인이 미상으로 결론남에 따라 형사처벌은 면했다.
KT 아현지사는 지난 2015년 원효지사 통합해 C등급 요건에 충족했지만 D등급으로 KT가 자체 관리, 과기정통부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KT는 지난해 12월 5일 시정조치를 완료했다.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나 곧바로 행정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마무리된 것. 일전에 통보하지 않은 내용은 형사처벌 조항이 없어 처벌받지 않는다.
통신구 등 관리부실과 관련해서도 형사처벌이 어렵고 대신 KT에 공문 통보 했다는 설명했다. 케이블관리부서 작업장 등 관련 부서장부터 직원들까지 조사했으나 입건자는 없다. 서대문소방서는 부실책임을 물어 이번주 내 KT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김 화재조사관은 "KT 화재 관리부실 자체만으로 근무태만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라며, "화재원인이 규명되고 화재원인에 태만 등이 연관있다는게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조사 결과 화재 전날인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작업자가 통신구에서 단순 포선하는 작업을 실시했으나 KT 직원은 그날도 참관하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평소에도 이같은 관리가 이뤄졌다는 것. 작업자 등이 지하 통신구내 출입할 경우 자체 규정에 따라 CM팀 직원이 직접 안내하고 작업을 참관해야 한다.
KT 관리팀 직원의 관리 소홀과 관련해서는 다수관계자가 공통된 진술을 했다. 동행 역시도 하지 않았다는 답을 얻었다.
김문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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