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한상연 기자]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차명주식의 처리를 두고 전직 두 그룹의 총수가 서로 다른 판단으로 엇갈린 운명을 맞았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이호진 태광그룹 전(前) 회장은 상속받은 차명주식에 대해 관계당국에 자진해 신고했다. 정도경영에 적극 동참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이날 임수빈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장은 "이호진 전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차명주식 중 아직 실명전환을 하지 못한 나머지 주식에 대해 관계당국에 자진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이 보유한 차명주식은 선대 회장이 사망하면서 남긴 것으로, 실명전환을 하지 못한 주식이다.
태광그룹 측은 "지난 2011년 12월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상속세 등을 전액 납부했다"며 "하지만 이후 이 전 회장의 형사재판 진행과 간암 수술 후 장기간 병원 입원 치료에 더해 차명주식과 관련된 상속소송이 제기돼 실명전환을 제대로 못 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월 이 전 회장의 파기환송심 형사재판 선고가 있었고, 지난해 상속소송의 항소심 판결도 선고돼 이번에 자진신고하게 됐다는 게 태광그룹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도 태광그룹 측은 "이 전 회장이 태광그룹의 정도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결심 아래 '그 어떤 잘못도 투명하게 밝히고 이젠 매듭을 짓겠다'는 심정으로 관계당국에 자진해 신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이 전 회장은 앞으로 모든 잘못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에서, 자진해 신고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이와 대조적인 행보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지난 2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최호영 부장검사)는 이 전 회장을 자본시장법 및 금융실명제법, 독점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전 회장이 부친인 고(故)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계열사 주식 38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또 차명주식 일부를 팔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주식 소유와 관련된 보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 검찰은 이 회장이 세금을 피할 목적으로 주식을 차명 상태로 유지하거나 몰래 팔았다고 보고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다만 검찰은 이 전 회장의 조세 포탈 의혹은 무혐의 처분했다. 차명 주식을 갖는 것만으로는 탈세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감안한 결정이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 2016년 상속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이 전 회장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검찰에 고발했다.
양창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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