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여전히 금리 인하의 때가 아니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개선되리라는 기대 속에서도 최근 부정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1일 이주열 총재는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올해 통화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국회 질의응답에서 밝힌 인하 가능성 역시 질문에 따른 원론적인 답변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최근 파악한 바로는 하반기에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도 회복 시기가 뒤로 늦춰지고 회복 속도도 생각보다는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며 "회복되더라도 좀 늦게, 속도도 더디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어 우려가 깊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전문.
-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저물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소비나 투자와 같은 수요 요인이 부족하다, 다른 하나는 아마존 효과나 국제유가 하락 같은 공급적인 요인이 있다고 본다. 한은의 시각은.
▲ 최근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원인은 수년간 주요국의 공급과잉이 지속됐고, 2014년 이후에는 하락한 데다 임금상승세도 크지 않아서다. 우리나라 경우도 글로벌 저인플레이션 현상이 국내 파급됐다. 글로벌 밸류 체인의 우리경제의 참여, 온라인 거래 확산과 같은 구조적 요인도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추가적으로 정부의 복지 정책 강화와 소비, 농산물 가격 약세 같은 공급 충격도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의 소비자 물가 상승을 보면 당분간은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을 하다가 앞서 언급한 공급 측의 하방 압력이 완화되면서 점차 높아져서 하반기 이후에는 1%대 중반, (앞 수치 확인) 수준으로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 한은이 지난 1월 수요 둔화 요인이 하반기에는 해소되리라고 전망했는데,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기대 이하로 발표한 후 하반기 회복이 가능하느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반도체 회복을 전망하는지.
▲ 반도체 수출이 감소하고 실적이 부진하면서 향후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4분기 이후 반도체 단가가 빠르게 하락을 하면서 수출과 매출을 감소 시키는 요인이 됐다. 반도체 경기에 대해 말했지만 사실상 아무래도 관련 전문 기관의 예상을 참조를 해서 말할 수밖에 없다. 관련 전문기관의 전망을 한은이 취합해본 결과 아직까지는 최근의 반도체 경기는 일시적인 조정 국면의 성격이 강하고 하반기 이후에는 메모리 수요에 있어 개선되리라는 견해가 다수다.
그런데 아주 최근 들어, 요 며칠 사이에 파악한 바로는 하반기에 회복되리라는 예상 속에서도 그 시기가 뒤로 자꾸 늦춰지고 있으며 회복 속도도 생각보다는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나왔다. 회복될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회복되더라도 좀 늦게, 속도도 더디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어서 우려가 깊다.
- 정부가 추경편성을 준비하고 있는데,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역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정부의 재정부양과 맞물려 한은도 하반기에 통화정책 스탠스를 완화적으로 잡을 예정인지.
▲ IMF가 재정통화정책에 보다 확실한 완화로 갈 것을 권고했다. 권고한 것은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좀 더 크게 보는 데에 기인한다. 한은도 연초부터 올해 통화정책을 운영하면서 완화 기준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스탠스를 밝혀왔다. 더 완화적인가의 여부는 앞으로의 경기 흐름과 안정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 향후 추이를 봐야겠지만 지금이 기준금리의 인하를 검토해야 할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1.75%는 중립금리 수준이나 시중 유동성 상황에 비쳐볼 때 실물경제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채권 가격의 증가세가 있지만 금융 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출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한다.
-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채권금리의 강세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일부에서는 채권금리의 강세가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해석한다.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시선이라면, 채권시장의 반응이 과도한 것인지.
▲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 금리가 하락하면서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장기 금리가 하락한 데다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크게 매수한 데에 기인했다. 지난 금요일인 3월 20일(현지시각)에 미국에서 역전 현상이 있었다는데 금요일 미국 금융시장을 보면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해소됐다.
금융시장이 다소 과민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며칠 사이에 그런 현상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장단기 금리가 어떻게 갈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고 말할 필요가 있다. 아까 말했듯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잘 짚어보면 중앙총재회의 등 전문기관들도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 최근 일어난 현상이니 조금 더 지켜보고 말해야 한다.
- 경제지표가 좋지 않게 나오고 있다. 4월 수정 전망치가 있는데, 1월 대비 어떻게 보나. 경제 구조개혁 강조해왔는데 진행상황 어찌 평가하고 시급한 점은 무엇인지.
▲ 2월 중 주요실물지표의 감소폭이 좀 컸는데, 설 연휴의 영향도 작용을 했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설 연휴에 따른 영향을 감안해서 1, 2월을 같이 놓고 보게 되는데 1, 2월에는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고 본다. 앞서 언급했지만 대외여건 변화를 보면 하방 리스크가 커진 게 아닌가 한다. 1월 성장전망치를 내놨는데, 이 때문에 연간 추산을 바꿔야 할 정도인지는 짚어 봐야 한다. 점검 중이니까 결과를 토대로 전망 발표하겠다.
- 경제 구조개혁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진행상황은 어떤지, 시급한 점은 무엇인가.
▲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2014년 총재 취임 이후부터 빼놓지 않고 말했던 것 같다.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구조개혁은 성과가 단기간에 가시화되기가 쉽지 않고 추진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도출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부서 추진 중이지만 기대만큼 좋은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혁이라는 것은 긴 시간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꾸준하고 일관되게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좀더 인식해서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규제혁신, 신산업 지원 강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규제 샌드박스나 규제 책임전환제 도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 게 사실이다. 역점을 둘 곳은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유연성도 높이는 그런 노력이 구제개혁의 역점을 둬야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혁신과 관련해서는 노동시장의 안정성, 유연성은 이전 정부에서도 빠짐없이 추진해 왔다.
여담이지만, 한두달 전에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했을 때 핀테크를 하나의 토픽으로 이야기했었다. 핀테크를 크게 영위하는 나라를 빅테크라고 하는데, 이런 나라를 중국으로 꼽고 있다. 중국에서 핀테크, 빅테크가 발전하는 요인이 뭐냐고 했더니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거버먼트 페이션트(government patient), 정부의 인내라고 중국에서 답했다. 정부가 그야말로 풀어주었다는 말이다. 정부의 인내라는 표현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 국회에서 화폐단위 변경을 이야기 했다. 필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데 지금 논의를 한다는 데에 무게를 두는 건지, 역점은.
▲ 먼저 질의를 해서 답변을 한 것이다. 지금 화폐단위 개혁이 필요하다고 먼저 말했다기보다 필요하느냐고 물어서 원론적인 답변, 필요할 때가 됐다고 한 것이고 지금 이 시점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장점 못지 않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단점도 있기 때문에 컨센서스 없이 추진하면 정책에 대한 조치에 대한 의구심만 키울 수 있고 불필요한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이 논의는 필요하다는 인식이 돼 있을 때에 가능하다. 저희는 준비는 돼 있지만 논의를 먼저 주도하고 그럴 의도로 말씀드린 게 아니고 질의응답 과정에서 들어와 답한 것이고, 지금이라는 것은 이제는 그런 논의가 이뤄질 여건이 됐다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지금 당장이라기보다는.
-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에 대한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는지. 미국의 금리 결정 이후 한달 사이 입장 변화가 없다는 말을 했지만, 반면 국회에서는 경제가 안 좋아지면 인하 가능성도 염두에 두겠다고 해 시장에서는 입장 변화가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을 한다.
▲ 기존의 스탠스를 바꿨다고 해서 후퇴했다는 건 아니다. 그날 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인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서 답한 것이다. 정책을 하다 보면 100% 절대 아니라는 것은 없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인하도 없다는 것이냐고 라고 물어서, 상황이 달라지면 검토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이었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기존의 기조를 바꿨다고 해석하지 말아달라. 12월에 미국 연준도 한달 사이에 바뀌고 그랬으니. 정책은 스탠스가 절대적이지 않다.
- 연임 일주년 소회는. 한은사(韓銀寺)라는 평이 뼈아픈데.
▲ 질책이 있던 바 사실이지만 일부 불필요한 지적이 있었다. 실무진들은 그런 질책 하나하나에 영향을 받는다. 균형된 시각이 필요하다는 부탁을 드린다.
(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부응하도록 노력하려 한다. 경제연구원의 연구 방향을 아카데믹에서 현안 위주로 바꾼다거나. 각 부서에도 연구원에 있는 박사들이 가서 같이 이론적인 백업을 하게 한다거나. 조사국과 연구원이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정책현안에 관심을 갖도록 하겠다. 조사국 현황을 살펴봐도 아카데믹한 중앙은행은 찾기 어려웠다. 별도 연구원도 없고 정책과 관련된 연구가 많았다.
- 성장률 수정전망과 관련해 추경이 반영되면 전망치에 변동이 있나.
▲ 추경만 가지고 이점 요인을 다 분석할 수는 없다. 다른 요소가 많기 때문에. 1월 예상 때는 추경을 예상 안 했기 때문에 반영이 안 됐고 전망을 할 때에 추경이 아직 확정된 건 아니었다. 추경이 되더라도 어느 시점에 편성이 되는지 용처가 어딘 지에 따라 전망에 반응 정도가 다르다. 지연될지, 하반기일지, 규모와 지출은 어떤지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전망치에 반영할 문제는 아니다. 실무진들이 할 텐데, 4월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기도 그렇고 지출이나 편성에 따라 다르니까. 용도를 몰라서 반영이 어려울 것이다.
하방 리스크가 커지는 건 사실인데 전망 반영 여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리스크 요인이 있다고 해서 수치화, 구체화 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허인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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