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을 바탕으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급속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중국이 넘어섰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병인 한중시스템IC협력연구원장은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포럼 세미나'에서 "전방 산업의 수요 증가, 반도체 굴기 정책 등에 힘입어 중국 시스템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736곳이던 중국 시스템반도체 설계 기업은 이듬해 1362곳으로 약 2배 수준으로 늘어났고 현재도 지속 증가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도 중국 팹리스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2010년 5%에서 2018년 13%까지 늘어났다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이 원장은 중국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성장세 요인을 ▲전폭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 ▲전방 산업의 큰 규모 ▲독특한 시장 환경 등으로 짚었다.
이 원장은 '반도체 굴기'라는 중국 정부의 '큰 우산' 아래 선전, 난징, 우시, 톈진 등 중국 내 주요 13개 도시들이 각각 지역별로 특화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해 놓았다고 밝혔다. 도시별로 지원 규모는 다르지만, 13곳 모두 반도체 집적회로(IC)산업기금을 조성했고, 기업 운영 전반의 경영자원에 대한 입체적인 생태계 조성과 정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력 확보에서부터 투자, R&D, 생산지원, 판매장려 등 기업 운영의 거의 모든 부분을 대상으로 폭넓은 지원이 행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전의 경우 매년 850억원의 지원기금 및 5천1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하고, 시 동쪽의 평산신구 지역에 반도체 부지를 조성해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들에게 임대료를 최대 90%까지 지원한다. 각종 R&D 분야에서의 지원과 생산·판매 지원은 물론이다. 이 같은 내용들이 지난해 발표한 '제3차 반도체 산업 지원 계획'에 담겨 있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 공장이 있는 우시의 경우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의 유치도 장려금 지급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한다.
이 원장은 "2016년 무렵 각 도시별로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집중됐고, 중앙 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전반적인 시스템반도체 산업 프로세스에 걸쳐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지원 외에도 이 원장은 "중국 ICT 제조업의 발전이 중국 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에 엄청난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AI(인공지능)·5G·IoT(사물인터넷)·로봇 등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 산업이 더 많은 시스템반도체를 필요로 하기에 시스템반도체 업체들도 이 같은 수요에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실제로 시장 지향적 반도체 제품의 개발에 집중해 기업 규모를 크게 키운 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의 독특한 시장 환경도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장에 기여했다. 중국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국내와 달리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한 후에도 다른 기업들에게 별도로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가 자리잡았다. 즉 공급-수요업체 간 종속적인 관계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원장은 "기본적으로 상하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부품·모듈·제조업체들이 독립적으로 각자의 생존을 모색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원장은 중국의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이미 국내 시장을 뛰어넘었으며,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협력하고 활용하는 방안도 역시 중요하다"며 "시장 지향적 반도체 제품의 개발을 지향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의 수요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우리의 현재 위치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은 이 같은 적극적인 육성책이 중국의 전체 반도체 산업 육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업체들의 판로가 많이 끊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에서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전 반도체 영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기술 격차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벤처형 투자로 성장한 민간기업도 국가로부터 직간접적 투자를 받아 국가 경쟁력 강화 등에 맞춘 시도를 하고 있다"며 "정책펀드가 관여해 반도체 기업의 대형화와 글로벌화를 지원하고, 기업공개 시 높은 밸류에이션으로 추가 투자가 가능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윤선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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