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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첫 희생자 된 조양호


이사 연임 정족수 미달로 부결…11.56% 지분 국민연금 결정적 역할

[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6년 만에 대한항공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전날 밤까지 장고를 거듭했던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7일 오전 9시 10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항공 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64.1%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의사정족수에 미달해 부결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영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영훈 기자]

표결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었지만 연임에 실패한 것은 대한항공이 정관에 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결과에 대해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데 대해 "너무 당혹스럽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2003년 2월부터 대한항공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조양호 회장은 16년 만에 이사회 멤버에서 제외됐다.

이런 결과가 만들어진 데는 11.56%의 지분을 보유해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은 주총 전날까지도 조양호 회장 연임 안건 표 행사 방향을 두고 고심했고, 결국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으로 결정하며 연임을 막아섰다.

최종 결정 전부터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렸다.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기에 다른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와 국내 의결권자문사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연구소는 조양호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연임 시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며 주주들에게 반대표 행사를 권고했다.

해외 유수의 연기금도 반대의사를 밝혔다.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했다. 이외에도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 등도 뜻을 같이 했다.

국민연금은 25일과 26일 양일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었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26일 열린 수탁위도 오후 8시가 돼서야 조양호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 연임에 반대하는 것으로 표심을 정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대기업 총수로는 조양호 회장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그에게 이런 불명예를 안긴 셈이 됐다.

한상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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