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인기에 힘입어 이름을 알린 의외의 장소는 은행 프라이빗뱅킨(PB)센터다. 예서엄마 한서진과 김주영 선생님이 처음 만난 곳이 바로 PB센터가 주선한 세미나였다.
은행 VIP·PB센터에서는 정말 입시코디네이터와 중매 서비스를 지원할까. 문턱이 낮아졌다는데 일반 고객도 상담을 받아줄까.
지난주 두 곳의 VIP·PB센터를 찾아 직접 상담을 해 봤다.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김현섭PB와 하나은행 행당역지점 옹소영PB의 도움을 받았다. 김 PB와 옹 PB는 자산관리 분야에서 오랜 업력을 쌓은 PB계 '베테랑'으로 꼽힌다.
은행의 VIP서비스는 은행지점내의 VIP센터와 PB센터, 프리미엄 PB센터로 나뉜다. 은행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대체로 VIP센터는 최소 예치자산이 1~2억원, PB센터는 3억원 이상, 프리미엄PB센터는 5억원 이상의 고객이 대상이다. 자산의 규모와 개별 센터가 꼭 맞춰지지는 않는다.
PB센터의 서비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만능 선수'다. 김 PB는 "자산관리를 하는 곳이 PB센터에 대한 포괄적이지만 정확한 해석"이라며 "금융 분야가 워낙 넓고 외환거래나 여신, 부동산, 세무 등 세부적으로 신경을 쓸 부분이 많아 PB를 통해 관리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투자전략, 세무, 부동산, 상속이나 증여 상담 등 자산가들의 기본적인 금융관리는 모두 VIP·PB센터에서 지원한다.
VIP·PB센터 방문 고객의 첫 걸음은 투자성향 체크다. 방문 고객과 투자 성향에 대해 심층적인 대화를 하고, 투자성향을 판별하는 테스트도 진행한다.
옹 PB는 "과거에는 펀드를 들 때 상품만 정하면 5분만에 처리가 됐지만 최근에는 투자성향 분석을 우선으로 해야 해 30분 이상 집중적인 상담을 치른다"며 "5만원짜리 펀드를 만들더라도 투자성향이 저위험이나 안정추구형이라면 주식형이나 중립형 상품은 가입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는 "PB를 시작한 때였는데 워크아웃 소식을 듣고 실제로 엉엉 울었더니 오히려 돈을 맡긴 고객이 '잘 해결될 거다'라고 위로를 해 줬다"며 "손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어서 회사로도 찾아가보고 설명회도 듣고 그 회사 상품만 보면 지나가다가도 발을 멈췄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좋은 수익률의 지점을 잡아 손실 없이 해결됐다.
◆현실판 김주영쌤? PB센터엔 있다…입시·중매부터 장례 서비스까지
현실판 김주영 선생님, PB센터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고객의 전방위를 다루는 PB의 특성상 금융뿐 아니라 일상생활의 집사 역할도 도맡는다.
자녀 맞선 서비스와 입시 카운셀링은 현실에서도 중요한 마케팅 요소다. 옹 PB는 "자녀만남 서비스는 실제로 있다"며 "하나은행에서는 2000년부터 시작했는데 40여 쌍이 성혼했다"며고 전했다. 레크리에이션, 와인 다이닝 등의 자연스러운 행사를 통해 만나도록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입시 컨설팅도 전문적이다. 신한은행은 1년에 2회 우수고객을 위한 입시 설명회를 연다. 우리은행은 우수 등급인 '투 체어스' 고객 자녀를 대상으로 유학 서류와 현지 송금절차, 정보 등을 전해주는 글로벌 서비스도 운영한다.
자산가들의 인생 카운셀링도 PB의 몫이다. 김 PB는 "자산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털어놓을 사람이 필요하지만 신뢰할 만한 상대를 찾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많다"며 "자산처럼 내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PB와 가까움을 느끼고 가정사 등을 상담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와 손녀, 손자들이 해외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PB와 유대감이 깊다. 김 PB는 "동부이촌동에 근무하던 때는 연세 드신 고객들이 많았는데 자식보다 더 나를 믿어주고, 지금까지도 들러 점심을 먹고 가라는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밖에 골프 행사를 마련해 스포츠스타와 팬미팅을 주선하거나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고, 센터 내 대여금고를 내주기도 한다.
여유자금을 갖춘 고객이 찾지만 극소수의 부자만 오지는 않는다. 예치금액 기준이 명확하지만 예치자산 1억원도 문턱을 넘는 곳이 VIP·PB센터다. 처분 가능한 부동산이 있어도 예비 고객으로 상담을 해준다.
VIP·PB센터에 빠르게 입성하는 방법은 원론적이다. 월급여의 30~40%를 저축하는 게 기본이다. 직장인의 평균 연봉인 3천500만원을 기준으로, 실수령 대비 100만원가량을 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옹 PB는 "청년들은 결혼이나 내집마련처럼 곧 목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직장인 평균 연봉인 3천500만원을 예로 들면 30~40%는 먼저 은행 계좌에 넣고 돈을 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주택청약은 종잣돈을 만드는 필수요소다. 옹 PB는 "차곡차곡 눈사람처럼 종잣돈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올해의 투자전망도 귀띔했다. 김 PB는 "시장전망은 전망과는 또 달리 가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전망보다는 시점과 자산을 보고 고르게 투자하는 게 맞다"고 제언했다. 옹 PB는 구체적으로 주식 20%, 주가연계신탁(ELT) 20%, 채권 50%, 예금 10%의 포트폴리오도 추천했다.
허인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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