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병언 기자] KEB하나은행이 지성규 행장 체제로 출범했다. 지 행장은 지난 21일 취임식을 갖고 하나은행 수장으로서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지 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과 글로벌 양 날개를 달고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다.
기존 은행업에 디지털 색깔을 입히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아예 정보회사로 변신하는 동시에 포화시장인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영토를 공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이다.
지 행장은 30년 은행원 생활 중 절반을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 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국내외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하나은행장으로서는 어떤 역량과 색깔을 보여줄 지 금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인적 네트워크 구축 시급
지 행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중국통’이다. 홍콩과 중국에서 15년이나 근무했다. 국내에 복귀한 지는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국내로 돌아와서도 하나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했다. 이 때문에 국내 인적 네트워크가 취약하다는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 행장이 해외통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면서 “함영주 전임 행장이 국내 영업통이지만 글로벌 부문 고성장을 이끌었듯 지 행장도 국내 영업에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현지법인 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전략 재무 IB 기업영업 개인영업 기획 등 은행업무 전반을 총괄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특유의 성실함으로 잘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 행장이 지난 2001년 직원고충처리 부서장 시절, 7개월간 약 4000명의 직원을 1대1 개별 면담해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조직의 의사소통 체계를 원활히 하는 등 소통과 배려의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지 행장은 “국내 경험이 부족하지만 함영주 전임 행장이 기반을 잘 닦아 놓아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행장 자리는 금융당국과 교감하고 현안에 대해 조율하는 역할이 필수적이다”면서 “후속 임원 인사를 통해 부족한 국내 인적 네트워크를 보완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해외 공략으로 도약 꾀해
신한은행, KB국민은행에 이어 은행업계 3위인 하나은행이 지 행장의 글로벌 부문 강화를 디딤돌로 리딩뱅크 경쟁에 뛰어들 지도 주목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에 따라잡힐 뻔 했다. 3분기까지 순이익이 1조7천631억원으로 1조7천972억원을 기록한 우리은행에 뒤졌다. 막판 뒷심을 발휘해 작년 연간으로는 2조92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해 1조8천821억원에 머문 우리은행을 앞섰다.
하지만 2017년 우리은행 1조2천761억원, 하나은행 2조1천122억원으로 8천300억원에 달했던 순이익 격차가 2천100억원으로 크게 좁혀졌다.
국내 금융업계는 저성장, 저금리,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성장 한계, 수익성 약화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은행마다 해외 진출은 피할 수 없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 행장은 “서로 뺏고 빼앗기는 국내 포화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영토를 공략해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시장을 개척한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하나은행의 작년 글로벌 순이익은 2천855억원으로 전체 순이익의 13.6%를 차지했다. 글로벌 부문이 장기적인 성장동력임은 틀림 없지만 순이익의 90% 가까이 차지하는 국내시장을 소홀히 하다간 자칫 우리은행과 순위바꿈이 일어날 수도 있다.
“올들어 금융권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큰 이슈가 없어 지난해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은행 관계자의 전망도 있다.
◆중국 CMIG 유동성 우려
지 행장의 눈앞에 놓인 당면과제는 중국내 사업 파트너인 민생투자그룹(CMIG)의 유동성 문제다. 하나은행은 CMIG의 자회사 두 곳에 총 3천620억원의 지분투자를 했다. CMIG는 중국 당국이 나서서 채권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지 행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고 주특기인 글로벌 부문 확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CMIG의 경영이 정상궤도에 오르는 게 관건이다.
지 행장은 “중국 정부의 효율성을 봐야 한다”며 “한국이면 불가능한 것도 방향을 정하면 그대로 실행되는 걸 많이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CMIG의 자산이 부채보다 훨씬 많고 중국 정부에서 유동성을 지원키로 한 만큼 큰 손실은 없을 것”이라면서 “하나은행 전체로 보면 투자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고 밝혔다.
게다가 "길림은행의 경우 현재 2배가 넘는 차익을 얻고 있고 2~3년내 상장 가능성이 있는데 상장되면 더 큰 차익을 얻을 것"이라며 중국 투자가 성공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2015년 9월 길림은행에 3천7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7%를 보유하고 있다.
문병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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