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SK하이닉스의 호(好)시절도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업황 악화의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중반까지 떨어진데 이어 2분기에는 1조원 붕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거듭된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적 하락의 원인은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의 폭락이다.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조사한 메모리 반도체 월별 계약가격을 살펴보면 명확하다.
D램(DDR4 8Gb 기준)의 경우 지난해 3월 7.94달러에서 4월 8.19달러로 뛴 뒤 6개월 연속으로 같은 가격대가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7.31달러로 떨어지더니 11월에는 7.19달러로 내려앉았다. 12월에 7.25달러로 회복했지만, 올해 1월 6.00달러로 급락한데 이어 2월 5.13달러까지 추락했다. 1월(17.24%)과 2월(14.50%)의 두 자릿수 감소율 여파는 반도체 시황의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낸드플래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의 월별 계약가격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5.60달러를 유지했다. 같은 해 7월과 8월에 5.27달러로 떨어지더니 9월에는 5.07달러로 하락했다. 급기야 10월과 11월에 5달러선이 무너지면서 4.74달러로 내려앉았고, 12월에는 4.66달러까지 밀렸다. 추락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올해 1월 4.52달러까지 빠지더니 2월에는 4.22달러로 급락했다.
이 같은 여파는 SK하이닉스 실적에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평균전망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 분위기는 SK하이닉스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4조원대 달성이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올해 1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3월 들어서는 영업이익 2조원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미래에셋대우는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 눈높이를 1조3천억원까지 낮췄다. D램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60%이상 빠지고 낸드 플래시의 영업손실 3천500억원을 반영한 수치다.
문제는 2분기 실적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하회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주요 수요처인 고용량 스마트폰이나 PC 주문이 끊기고 재고를 쌓아둔 인터넷데이터센터(IDC)향 구매 수요도 실종되고 있어서다.
반도체업계 시장전문가는 "스마트폰이나 PC의 판매수요가 안좋고, 재고량이 여유가 있는 IDC향 구매수요도 사라졌다"며 "2분기에도 수요처에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기다리면서 더 낮은 가격에 구매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규모가 1조원 초중반까지 떨어지고 2분기에는 1조원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에 가격조정을 거치면서 재고량이 소진되고 상저하고(上低下高) 특성을 지닌 하반기가 도래하면 업황 좋아져 실적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에는 재고 영향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출하량이 빠졌다"며 "2분기에는 반도체 출하량이 늘지만, 당장 수요처에서 구매에 나서지 않으면서 업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렇지만 그는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면 스마트폰이나 PC 그리고 서버 등에 들어가는 양을 많이 늘린다"며 "하반기 계절적인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회복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양창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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