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김서온 기자] 대한항공이 일반주주들의 직장까지 찾아가 위임장 대리권유를 하는 등 주주총회 표 대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재선임을 위해 사활을 거는 모양새로 파악된다.
11일 다수의 대한항공 일반주주들에 따르면 대한항공 직원들은 오는 27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리는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을 직접 찾아가 위임장 대리권유를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서 주총 참고서류 공시를 통해 이달 8일부터 27일까지 2018년 12월 31일 기준 대한항공의 2천주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을 보유한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대리를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위임장 대리권유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주총 결의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 확보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소량의 의결권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수준으로 대리권유를 하는 사실이 드러나며 표 대결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일반주주들의 자택은 물론 직장까지 찾아가 위임장 대리권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은 비단 일반주주에 한정된 건 아니다. 대한항공 직원들 중 주주인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위임장 작성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한 팀장은 "주총에서 의결권 방어를 위해 직원 여러분들의 협조가 필요해 부탁 메일을 보내게 됐다"며 "직원들과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보통주 의결권을 위임받아 회사에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를 하려고 한다"고 직원들에게 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올해 주총 안건으로는 ▲2018년 재무제표‧연결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1인)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모두 4건이 상정됐다. 이 중 가장 민감한 안건으로 꼽히는 것이 이사 선임 중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이사 연임을 위해서는 주총 참석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현재 조양호 회장 등 동일인 측 지분은 33.34%다. 주총에 주주가 100%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33%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11.56%의 지분을 보유해 캐스팅보트로 평가되는 국민연금까지 조양호 회장 이사 재선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던 만큼 표 대결 결과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주 배임‧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재선임을 막기 위해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 대결을 벌이는 프록시 파이트를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연금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초 10%룰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조양호 회장 일가가 각종 비위 혐의를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3년간 그가 너무 많은 계열사 이사를 겸임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대한항공 이사선임에 반대해왔던 전력이 있다.
한진그룹도 국민연금의 지적을 의식한 듯 그가 등기이사와 미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계열사 9곳 중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4곳의 등기이사와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 등 2곳의 미등기이사에서 물러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위임장 대리권유 작업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총을 앞두고 일부 직원주주에게 적법한 방식으로 의결권 위임을 권유한 것이며 강요 사항은 없다"라며 "객실승무원주주의 경우 상당 시간을 항공기 내 또는 해외에서 체류하는 점을 감안해 의결권 위임 권유 목적을 밝히고 본인이 희망할 경우 위임장을 수령할 수 있는 장소와 절차를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연 기자 [email protected]김서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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