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이달 말 탄탄한 배후수요를 확보한 몽골 울란바토르 운수권 배분이 예정된 가운데, 황글알 낳는 알짜 노선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13일 항공업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이달 말 운수권 배분을 통해 몽골 노선에 약 30년 만에 복수 항공사 취항이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6~17일 양일간 서울에서 한-몽골 항공회담을 개최하고,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수권을 약 70%가량 늘리는 동시에 대한항공 외에 제2의 국적 항공사가 취항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1991년 항공협정을 체결한 후 양국의 각 1개 항공사만이 운항하는 '독점노선' 체제였다. 2003년부터 수차례 항공회담을 개최했지만, 12회 중 8회가 결렬되는 등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이 몽골에서는 MIAT항공이 주 6회 단독노선으로 운항했다.
몽골행 노선은 소위 알짜 노선으로 손꼽힌다. 항공사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것은 두꺼운 배후수요(몽골 노동자, 비즈니스, 여행객 등)와 다양한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몽골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저렴한 물가와 함께 최근 여행업계에 불어오는 '낯선 소도시 관광'에도 최적화된 도시다. 또 인천발 몽골노선은 해마다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만성적인 항공권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항공권 가격으로 국민이 극심한 불편을 겪어봤다.
지난달 열린 한-몽골 항공회담을 통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항사를 2개로, 공급석은 1천656석에서 844석 늘어난 2천500석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공급석 범위 내에서 2개의 국적 항공사가 최대 주 9회까지 몽골노선을 운항할 수 있다.
이 중 기존 주 6회 몽골 운항에 나서는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기타 1곳의 항공사에 주 3회 취항의 기회가 생겼다. 주 3회 몽골 울란바토르행 운수권 경쟁에는 현재 노선을 이미 운영하는 대한항공과 국토부 제재를 받는 진에어, 김해발 울란바토르 노선을 취항하는 에어부산을 제외한 항공사들이 뛰어들 예정이다.
◆ 아시아나항공, 독점 깨기 위한 20여 년간의 노력+좌석 운영 효율성
아시아나항공은 자사가 보유한 중·대형기 기종을 내세워 좌석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은 주 3회 844석으로,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1회당 280석 공급이 가능한 중·대형기 투입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투입하는 A330-300은 평균 277개의 좌석을 탑재한 형태로 운용되며, 최대 440 좌석까지 가능한 기재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동일 모델 275·290·298석 3가지 좌석으로 구성된 기단을 보유해 1회당 공급석(280석)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LCC에 운수권이 돌아갈 경우 이들이 보유한 189석 수준의 항공기로는 확보한 좌석을 모두 활용할 수 없다. 대다수의 LCC가 현재 운용하는 기재는 189석으로 주 3회 몽골행 비행기를 띄우게 되면 총 567석의 여객을 나를 수 있어 이번 회담을 통해 확보한 844석의 좌석을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대형 기종으로 운항할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좌석 공급을 통해 고객들이 스케줄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심각한 좌석난이 반복되고 있는 성수기 시즌에도 대형기 투입을 통한 충분한 좌석 공급이 이뤄져 더 안정적인 가격 유지가 가능하다.
현재 운수권 경쟁에서 유일하게 대형기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은 좌석의 효율적인 운용을 내세웠지만,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몽골 하늘길을 열기 위해 몽골 정·관계 인사들은 지속적으로 설즉하는 등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
1999년 아시아나항공 최고경영자(사장)는 직접 몽골을 방문해 몽골 정부의 기간산업부장관과 항공청장과 면담을 한 이후 20여 년간 몽골 중앙정부, 국회, 항공청, 주한몽골대사관, 몽골 국적사 주요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양국 간 공급력 확대를 위해 물밑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독점을 보장해주던 몽골 국내법의 개정시한을 2020년에서 지난해 6월로 앞당기는 데도 아시아나항공의 적극적인 목소리가 한몫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공급석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항공기를 투입해 충분한 좌석을 공급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등 국익과 국민 편익에 가장 부합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취항지 대상으로 글로벌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만큼 몽골 취항 시 몽골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신규 사회공헌 활동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LCC, 독과점 해소…소비자 선택권·편익 증대시켜야
지난달 한-몽골 항공회담을 통해 공급석 범위 내 2개 항공사가 최대 9회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되면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독과점이 해소됐다.
30년 독과점 체제를 무너뜨린 만큼 LCC들은 지난해 개정한 운수권 배분 규칙 역시 이번 운수권 배분에 적용해 항공업계 독과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토부는 지난해 운수권 배분 규칙을 개정하며 공공성 제고 항목 중 국가 간 교류협력 촉진과 기업의 사회적 기여·사회적 책임이행 노력 등을 운수권 배분 평가지표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진에어는 지난해 외국인 등기이사 등재 문제로 국토부로부터 경영혁신이 이뤄질 때까지 신규노선 취항 등의 제재를 받고 있어 이번 운수권 배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몽골 운수권 경쟁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국내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LCC 3사(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좌석의 효율성이냐, 독과점 해소냐의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지만 최근 국토부가 운수권 배분 의사결정에 관한 원칙과 규칙을 새로 정한 데 이어 지난해 '오너家 갑질'과 '기내식 대란' 등 항공업계에 불어 닥쳤던 사회적 이슈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번 운수권 배분을 통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저비용항공사(LCC)는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이 아시아나항공 계열 에어부산이 취항하고 있는 만큼 같은 계열이 아닌 항공사에 배분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인천발 노선 이외에도 부산~울란바토르 노선이 주 2회에서 주 3회로 운항횟수가 증가한다. 부산 김해공항의 운항횟수가 주 1회 늘어나는 만큼 에어부산 외 기타 항공사는 스케줄 경쟁력 등의 이유로 신청 가능성이 작으므로 기존 김해~울란바토르 노선을 운영하는 '에어부산'이 운수권을 배분받을 확률이 높아졌다.
에어부산이 주1회 김해~울란바토르 운수권 배분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항공업계 독과점 해소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특정 계열 항공사에 운수권을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것.
가격 측면에서도 대형항공사(FSC)과 저비용항공사(LCC)의 어느 곳이 취항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 현재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인천~울란바토르 항공권은 성수기 100만원대, 극비수기 70만원대다. 반면 에어부산이 운영하는 김해~울란바토르 노선의 경우 비행시간(3시간30분)은 동일하나, 훨씬 저렴한 가격대로 항공권을 제공하고 있다. 성수기 50~60만원 비수기 특가항공권을 구매하면 30~40만원대로 몽골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수도권과 타지방 몽골 여행객들이 인천공항 대신 김해공항으로 이동해 에어부산의 몽골노선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전체 항공시장의 독과점 구조나 신규 운수권 배분에 따른 소비자 편익 등을 고려할 때 기존 2개 항공사 계열 5개사(대한항공·진에어, 아시아나·에어부산·에어서울) 이외 다른 항공사에 배분할지가 주목된다"면서 "독과점형태의 시장구조를 탈피하고자 신생항공사 면허 추가 발급에 나선만큼 독과점 해소를 위한 노력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적항공사 8개 중 5개 항공사(대한항공·진에어, 아시아나·에어부산·에어서울)의 점유율은 지난해 달 기준 국제선 76%, 국내선은 66%로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하면 72% 수준에 달한다.
김서온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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