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1년째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아 '착한 기업'으로 주목받은 오뚜기가 실제로는 최근 2년간 라면 외 다른 제품 가격을 대폭 올려 생활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 2017년 말부터 주력 제품 가격을 최대 47% 인상했다.
2017년 11월에는 참치캔 5종과 오뚜기밥 3종 가격을 각각 5.3%, 9.2% 인상했고, 즉석죽과 식당 등에 대량 납품하는 제품들의 가격도 소폭 올렸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식초, 후추, 당면 등 16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7.5% 올렸다. 특히 오뚜기 순후추는 가격이 47% 올랐다.
반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불릴 수 있게 한 라면 가격은 11년째 올리지 않았다. 오뚜기는 2008년 '진라면' 가격을 100원 인상한 후 소비자 물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이유를 들어 라면 가격을 한 번도 인상하지 않았다. 이 탓에 라면 매출은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실제로 오뚜기의 2017년 국내 라면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4% 미만 수준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오뚜기는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할인 및 각종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케첩, 카레, 마요네즈 등 주력 제품과 달리 라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자 가격을 동결하거나, 증정 프로모션으로 가격을 사실상 더 내리는 등의 판매 전략을 펼쳐 1위인 농심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약 10.5%에 그쳤던 라면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013년 15.6%, 2014년 18%, 2015년 20.4%, 2016년 23.1%, 2017년 25.4%, 2018년 25.9%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는 3위인 삼양식품과의 격차를 두 배 이상 벌렸다.
특히 '진라면'은 저가 전략을 펼쳐 부동의 1위 '신라면'과의 점유율 격차를 계속 좁혀가고 있다. 진라면은 8일 현재 위메프 기준 1개당 590원, 신라면은 1개당 798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몰에서도 진라면 가격은 1개당 550원으로, 신라면보다 126원 싸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2000년대 초 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던 진라면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점유율이 13.9%까지 치솟아 '신라면'과 격차가 3%p까지 좁혀졌다.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1등 제품들의 가격은 슬그머니 올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라면 가격은 동결해 '착한 기업' 이미지를 계속 끌고 가려는 것 같다"며 "라면 등 일부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때까지 노마진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주력 제품군 가격을 올려 이를 만회하는 전략을 계속 펼치면서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뚜기가 점유율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노마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제품들 때문에 함께 경쟁하는 업체들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태"라며 "오뚜기가 '라면 가격 동결'을 외치며 다른 제품 가격도 마치 올리지 않은 것처럼 이미지를 구축하는 듯해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진라면'은 저가 전략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라면 이외의 제품은 3~4년만에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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