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한국형 아마존'을 꿈꾸며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범석 쿠팡 대표가 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들이 외자 유치를 적극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청와대 인왕실에서 열린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해 쿠팡의 혁신 모델을 소개하고, 이커머스 관련 규제에 대한 의견도 개진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김 대표 외에 김봉진 우아한 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유니콘 기업' 최고 경영자 4인방을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등 1세대 벤처기업인이 함께 자리했다. 문 대통령의 오른쪽에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왼쪽에는 김범석 대표가 앉았다.
또 김 대표는 "유니콘 기업들도 외자 유치를 통해 기업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라며 "한국 시장은 작고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탓에 외자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수준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고,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빨라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외자 유치를 통해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규제 완화를 통해)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해외에서 보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변한 만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리스크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자신있게 (사업을) 해달라"고 답했다.
김 대표는 쿠팡을 창업 9년만에 기업가치 10조 원 규모의 혁신기업으로 성장시켰고, 새로운 이커머스 사업 모델을 추진하며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위협할 경쟁업체로 급부상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온라인 시장 내 이마트의 가장 큰 위협은 쿠팡과 포털사이트"라며 "쿠팡이 신선식품 SKU(상품 재고 관리 단위)까지 이마트 수준으로 확보하면 이마트의 온라인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대규모 물류센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직매입·직배송 모델로 선보인 로켓배송과 쿠팡맨, 쿠팡플렉스 등 다양한 이커머스 사업을 벌이며 매출 규모를 키워왔다. 쿠팡 매출은 2014년 3천485억 원에서 올해 8조 원이 예상될 정도로 커졌다.
이 같은 성과 덕에 김 대표는 외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에에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를 추가 유치했다.
손 회장은 "김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리더십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리더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 기업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고 평가한 바 있다.
쿠팡은 2015년부터 추진해 온 대구 국가산업단지 첨단물류센터 건립이 입지규제에 막혀 3년간 진행되지 않다가 올해 들어 규제가 완화되며 재추진할 수 있게 됐다. 쿠팡은 이곳에 약 1천억 원을 들여 물류센터를 세우려고 했지만, 쿠팡이 '전자상거래 소매중개업'이기 때문에 산업입지법에서 정한 물류시설에 부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동안 사업이 중단됐다.
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법률 개정안'은 유통업계의 핵심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개정안은 '온라인 중개업체(오픈마켓)가 배달 주문, 숙박 예약, 교통 중개 등에서도 소비자 피해에 관한 배상 책임을 져야한다'고 규정했다. 업계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신규 온라인 창업자 진입 장벽이 크게 높아지면서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으로 스타트업들의 외자 유치도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등의결권은 1주당 하나의 의결권을 명시한 현행 상법과 달리 다수 의결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쿠팡은 미국법인인 쿠팡LLC를 통해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며 김 대표의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쿠팡LLC는 국내 쿠팡 법인 지분 100%를 가진 지배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한국의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미국계 법인을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구조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이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율이 희석되더라도 외부 투자자의 경영 개입을 막고 창업자의 책임 경영을 보장해줄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 같은 장치가 마련돼야 기업들도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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