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현대자동차가 주주친화 행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명분을 쌓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6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 주주추천 사외이사 공모 방식 도입 등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해 11월 말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약 3개월간 약 2천5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보통주와 우선주를 사들이겠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리콜 비용 등 8천억원에 달하는 품질개선비용 충당금으로 인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밑돈 탓에 실적 발표 직후 한 달 새 20% 가까이 주가가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의 전격적인 자사주 매입 계획이 나오면서 실적 악화에 급락을 거듭하던 현대차는 물론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다른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까지 단기간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는 11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약 두 달간 최대 42.7%, 기아차는 10월 말부터 1월 말까지 약 세 달간 최대 39.9%, 현대모비스는 11월 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두 달간 최대 33.6%가 상승했다.
주주친화 정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달 중순 대상으로 주주권익보호 역할을 할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기 위해 일반 주주들을 대상으로 예비후보를 추천받은 것이다. 현대차는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가려낼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지난해 1월 주주권익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현대글로비스가 처음으로 주주추천 사외이사 공모를 도입했다. 현대차는 그룹 내 두 번째로 이 방식을 도입했다.
이번 행보는 단순히 공모 방식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먼저 예비후보를 추천받은 것은 주주들의 의견을 적극 듣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선임할 사외이사가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주주권익담당이라는 점은 적극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이 같은 행보는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앞서 주심(株心)을 잡으려는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읽히고 있다. 지난해 3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당시 각계각층의 극심한 반발로 철회했던 것을 의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시 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내외 의결권자문사들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에 유리한 방식이라며 반대의견을 권고했다.
결국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는 의결권자문사들의 반대의견 권고 및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분할합병을 완료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며 개편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 철회 당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토록 할 것"이라며 "주주들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폭넓게 소통하겠다"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을 펼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말부터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이 가시적으로 나타나며 지배구조 개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1월 주주추천 사외이사 공모를 한 뒤 3월 말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이 나왔고 올해 상황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만큼, 3월 중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상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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