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의 수요 개선 시점을 오는 2분기로 잡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가속화된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당장의 실적은 곤두박질쳤지만, 이 같은 반도체 시장의 흐름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9조2천700억원, 영업이익 10조8천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8.69% 줄었다. 이 같은 실적 침체는 반도체 사업에서의 부진 여파가 컸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7조7천700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13조6천500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나다시피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메모리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출하증가율)는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D램의 비트그로스는 전 분기 대비 10% 후반대 감소했고, 낸드플래시 역시 한자릿수 후반대 정도 비트그로스가 줄었다. ASP(평균판매가) 역시 D램은 한자릿수 후반, 낸드플래시는 20% 초반이 줄었다.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비트그로스의 경우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사업부문의 실적은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70% 이상이니만큼, 반도체가 기우뚱하면 삼성전자 전체도 기우뚱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날 실적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는 반도체 업황 관련 질문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분기 이후 서버와 모바일향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개선될 것이며,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통해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부 부사장은 "2분기 이후 점진적 수요 개선이 예상된다"며 "특히 하반기 수요는 성수기의 영향으로 주요 고객사들의 고용량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서버·모바일향 제품의 수요 증가를 기대했다. 전 부사장은 서버용 반도체에 대해 "서버업체들의 고성능화 추세가 지속되며, 고용량 스토리지 채용으로 인한 수요 견조가 예상된다"며 "클라우드 서비스 고사양화 지속에 따라 고용량 서버 D램 수요는 견조할 것이며, 2분기 신규 CPU 출시에 따른 수요 증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고객사들의 재고 안정화에 따라 시장 수요가 회복될 것인데 시점상으로는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용 반도체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용량 추세가 지속 확대될 것"이라며 "스마트폰 시장 둔화가 지속되겠지만 하이엔드 고용량 모바일 D램 채용이 확대되고 중저가 제품에서도 D램 탑재량이 늘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도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신승철 파운드리사업부문 상무는 "기존 모바일 중심 사업구조를 HPC(고성능컴퓨팅), 네트워크, 전장 등으로 점차 확대 중"이라며 "올해 하반기 7나노 EUV 본격 양산을 위한 준비에 집중하고, 5나노 EUV 공정 개발 완료 등 더 큰 성장을 위한 내실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고객 수를 전년 대비 40% 이상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 위주 포트폴리오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부가 D램 판매를 확대하고, 1y나노(10나노 중반) 공정의 안정적인 생산량 확대와 1z나노(10나노 초반) 공정 개발 등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대용량 올플래시 어레이(All-Flash Array), UFS (Universal Flash Storage) 중심으로 낸드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AP와 이미지센서 판매도 확대한다. 5세대 3D V낸드 공급도 늘릴 계획이다.
시스템LSI는 5G 모뎀을 상용화하고 고화소∙멀티플 카메라 채용 확산에 따른 이미지센서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공급을 늘린다. 파운드리는 7나노 EUV 공정의 양산과 고객 추가 확보를 통해 안정적 사업 기반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다만 당장의 시장 상황이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는 설비투자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계획을 잡았다. 전 부사장은 "대외환경 불확실성을 고려해 올해 추가적인 증설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고객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팹 중심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실적발표를 한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미래 투자는 이어가지만 당장의 설비투자를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절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의 시장 부진으로 증가한 반도체 제품 재고에 대해서는 "지난해 4분기 재고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증가한 재고는 2분기 이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운영할 것이고, 2020년 이후 수요 전망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중장기적으로도 안정적 재고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IM(IT&Mobile Communication)부문에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IM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3조3천200억원, 영업이익 1조5천1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6년 3분기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이후 9분기 만에 분기 실적이 2조원에 못 미쳤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4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7천800만대인데, 전체 휴대폰 중 스마트폰 비중이 80% 후반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마트폰 판매량은 6천800만대 선으로 추정된다.
이종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올해 전년 대비 더 많은 판매량 달성이 목표"라며 "수익성에 대한 부담은 발생하겠지만 부품 표준화와 자원운영 효율을 증대하고, 내수 제품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보다 세분화된 휴대폰 라인업으로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올해 출시될 5G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5G 스마트폰은 대용량, 대화면, 고성능 AP, 배터리 등 최고사양을 탑재해 5G가 가진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극대화하고 혁신적 멀티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배터리 용량을 확보하고 성능 최적화 알고리즘 적용 등을 통해 고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또 고가 부품이 적용되면서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객이 충분히 프리미엄 제품을 지불할 가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에서는 QLED TV와 마이크로LED TV 등 투트랙 전략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8K QLED TV의 경우 65인치부터 98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전세계에 올해 본격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마이크로LED TV 역시 상업용 중심으로 초대형 제품을 우선적으로 판매하고, 추후 가정용 제품도 적극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로 거론되고 있는 QD-OLED에 대해서는 "관련해서 다양한 검토가 진행 중이며, 고객과 긴밀히 협력해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다만 양산 시점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는 8K, 초대형, 프레임리스 등을 앞세울 계획이다.
윤선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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