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내년부터 신용카드사가 유흥·단란주점업 사업자의 부가가치세를 대리납부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유흥·단란주점업의 체납률이 높은 탓이다.
카드업계는 세금징수의 불만이 카드사로 향할까 우려하고 있다. 관련 인프라 확충과 인력 조성 부담도 적지 않았다.
◆신용카드사, 내달부터 결제금액 110분의 4 대리납부
국세청은 내년 1월1일부터 '신용카드사를 통한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제도'를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부가가치세란 최종 소비자가격의 10%로 계산하는 간접세로, 유통 과정에서 중간 사업자가 세금을 내도록 하는 간접세다. 부가가치세가 걷히지 않는 경우도 잦지만 특히 유흥주점업에서 체납률이 심각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달부터 유흥·단란주점업에서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때 신용카드사가 결제금액의 4/110의 금액을 원천징수해 사업자 대신 납부해 체납을 차단한다. 아예 신용카드사가 부가가치세를 떼어내고 판매대금을 돌려준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유흥·단란주점업 사업자가 부가가치세 과세대상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고 소비자가 공급가액 100만원 및 부가가치세 1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사업자는 신용카드사에게 110만원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신용카드사는 신용카드 결제금액(110만원)의 4/110에 해당하는 4만원을 부가가치세로 징수하고 나머지 106만 원을 대리납부 대상 사업자에게 입금한다. 신용카드사는 징수한 부가가치세 4만원을 매 분기가 끝나는 날의 다음달 25일까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납부해야 한다.
사업자는 부가가치세 신고 시 신용카드사가 납부한 세액을 이미 납부한 세액으로 판단, 공제해 정산하며 신용카드사가 대리 납부한 세액의 1%를 추가로 세액공제할 수 있다.
국세청은 부가가치세 체납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신용카드사가 결제금액의 일정부분을 원천징수해 사업자 대신 납부하는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도 시행에 앞서 지난 11월까지 기존 사업자 3만5천명에게 대리납부 대상자 통지서를 발송했다. 대리납부를 담당하는 KB국민카드, 농협은행,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신한카드, 하나카드, 현대카드 등 8개 신용카드사를 지정해 고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대상사업자, 관련 사업자단체에게 제도 내용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겠다"며 "부가가치세 신고 시 불편함이 없도록 대리납부세액 조회방법 안내, 신고서 미리채움 서비스 등 신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 "세수확보 불만 카드사에 쏟아질라" 걱정거리 안고 출발
신용카드사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는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이어져온 난제다.
지난 2013년 국세청이 신용카드 업체들을 원천징수의무자로 돌리자는 제안을 했고, 2015년에는 다시금 체납 문제의 심각성을 들어 카드업계에 부가세 대납을 요구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국회에서 비슷한 논의가 다시 일었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부가세 납부 창구가 나뉘는 등 행정체계가 복잡하다며 찬성의 뜻을 비치지 않았지만, 세율 확보에 무게추가 기울며 상황이 변했다.
자영업자가 돌려 받는 금액이 낮아지다 보니 자금유동성 우려도 고개를 들었다. 부가세 대납율을 10%에서 4%로 낮췄지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편이 자영업자에게는 보다 유리한 셈이다. 제도 자체가 지하경제를 양산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리라는 예견도 등장했다.
카드사는 별도 인프라 구축과 인력 확보에 품을 들였다. 카드사가 별도의 회계를 통해 결제금액과 부가세를 구분해야 하고, 징수를 한 뒤 카드결제를 취소하면 세금 반환을 카드사가 요청해야 한다. 카드사가 구축한 결제 인프라를 조세 인프라로 활용한다는 발상도 지나치게 행정편의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리납부세율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유흥·단란주점업의 부가가치율을 감안해 사업자가 실제 부담하는 부가가치세율 수준으로 대리납부하는 것"이라며 "사업자가 신고 시 대리납부세액을 기납부세액으로 공제해 정산이 되고, 자금부담 경감을 위해 대리납부세액의 1%를 추가 세액공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예정고지세액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예정신고기간 종료일 현재 카드사가 원천징수한 대리납부세액을 차감해 고지한다"고 부연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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