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주사 체제 전환과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경영에 복귀한 지 두 달도 채 안된 시점에서 굵직굵직한 결단을 내리며 '뉴롯데'를 위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금융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가 아닌 경우, 지주사 전환 또는 설립 2년 내에 금융 관련 회사 주식을 매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지주사를 설립한 롯데는 내년 9월까지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협의해 인수 대상자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각각 93.78%, 25.64%씩 보유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호텔롯데가 23.68%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향후 호텔롯데도 지주사에 편입할 계획인 만큼 미리 처분한다는 설명이다. 일본 주주가 많은 롯데캐피탈 매각은 시간을 두고 검토할 예정이다.
애초 업계에서는 롯데가 금융계열사 지분을 호텔롯데나 롯데물산 등 다른 계열사로 매각할 것으로 관측했으나, 신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외부 매각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 후에도 롯데 유통 계열사와의 제휴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일반 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해왔다"며 "롯데카드와 손해보험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최적의 인수자를 선정하려 한다. 무엇보다 롯데와 전략적 방향을 같이 하면서 롯데 임직원들을 보호하고 존중해줄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롯데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속도를 내게 됐다. 앞서 롯데는 지난 4월 6개 비상장사(롯데지알에스·롯데상사·롯데아이티테크·대홍기획·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의 투자사업을 롯데지주에 통합하면서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했다.
여기에 신 회장은 경영 복귀 3일 만에 롯데 유화사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을 지주사에 편입했다. 현재까지 롯데지주에 편입된 계열사는 총 92곳 중 62곳으로, 향후 롯데는 건설·제조부문까지 더해 편입계열사를 7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이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만 남았다고 평가하다.
◆롯데, 편의점·온라인·물류사업 경쟁력 강화 '박차'
이날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를 합병해 내년 3월 통합 물류회사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통합법인의 외형이 3조원 규모라고 밝혔으나,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매출액은 각각 1조6천억원, 3조2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6조원)과 경쟁할 만하다.
그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를 두고 사업영역이 겹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양사가 합병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신 회장이 갑작스럽게 구속수감되면서 백지화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양사 합병 시너지가 높은 데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 신 회장도 전격적으로 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물류법인 출범은 롯데 이커머스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합병 후 3천억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을 구축해 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본부에 최적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롯데는 지난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며 5년간 조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롯데는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도 뛰어들며 편의점 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일 마감된 한국미니스톱 본입찰에는 롯데와 신세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도전장을 냈으나, 업계에서는 롯데의 인수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9천501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CU, GS25와 비슷한 1만2천 개로 점포 수가 늘어나게 된다.
윤지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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