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카드사들이 3분기에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 든 가운데 새로운 먹거리 시장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아 순익반등은 미지수다. 정부가 카드업계의 돌파구로 신용평가(CB)산업을 내줬지만 업계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실적도 내리막…카드수수료 악재로 내년 실적도 안갯속
22일 카드업계 공시자료에 따르면 전업계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비씨·하나·우리·롯데)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4천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170억원 감소한 수치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점유율 상위권 카드사들의 당기 순익 하락이 두드러졌다. 신한카드가 24.0%(359억원)으로 하락세가 가장 컸고 삼성카드가 12.1%(111억원) 축소됐다. 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4.4%, 1.4% 줄었다. 비씨카드는 전년동기 순익대비 43.6%나 주저앉았다.
지속적인 업계 경색으로 누적순이익 낙폭은 더욱 눈에 띈다. 신한카드의 3분기 누적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49.3% 떨어진 3천955억원이다.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29.74%, 17.68% 감소했다.
카드업계의 걱정은 단연 카드수수료다.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는 올해 지표에서도 드러났지만 내년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3년마다 찾아오는 신용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가 코 앞으로 늦어도 이달 안에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이 발표된다.
영세·중소 온라인 판매업자와 개인 택시운송업자의 카드수수료에 우대수수료를 적용해 온라인 판매업은 1.8~2.3%까지, 개인택시는 1.0%까지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편의점 매출에서 담뱃세를 제할 경우 카드사 손해는 더 불어난다. 시장불안으로 카드사의 채권금리도 높아진 상황이다.
◆카드업계 "CB산업, 데이터 분석 인프라 갖춰야…'노다지'인줄 모르는데 투자 부담"
정부는 CB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카드사에게도 새 먹거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 CB업을 신설해 신규 CB사의 진입을 허용하는 한편 사업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카드사는 개인사업자 CB업 겸영도 허가한다는 게 골자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비금융정보 CB가 현행 신용등급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수단에 그쳐 사업성이 낮다는 점이다. 카드사는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결과를 은행 등 금융권에 제공하거나 자체 내부심사 모형에 활용하도록 할 수 있는데, 내부평가에는 이미 자체 데이터를 활용 중이고 외부 금융사가 카드사의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받아들인다는 확신도 없다.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 SCI평가정보 등의 사업자들이 개인신용평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들 CB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598억원에 그친다. 비금융정보 CB나 자영업자 CB가 전체 금융소비자를 포괄하는 CB사의 규모를 뛰어넘기는 불가능해 카드사가 진출할 시장의 크기는 더욱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카드업계는 보유한 데이터를 가공해 또 다른 정보로 활용하려면 추가 비용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CB사업을 신시장으로 밀어준다고 하지만 신용평가는 데이터 재료만으로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이미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시장을 쥔 상황에 카드사는 다른 신용평가 방법으로 승부를 봐야 하니 환경조성부터 비용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자영업자 CB시장은 선례 CB사가 없어 카드사가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며 "후발주자는 점유율은 낮은 대신 선두주자의 사례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야 하는데 선대 모델이 없다. 카드사의 CB산업 진출은 후발주자의 장점도, 선발주자의 장점도 누리지 못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전적인 수입원이 풍랑을 맞고 있으니 카드업계도 살고자 신대륙을 찾고는 있지만, 발견하기도 어렵고 신 시장을 개척하더라도 일단 파봐야 '노다지'인지 알 것 아니냐"라며 "새로우면서도 안전한 수입원을 찾게 되다 보니 이미 다른 업권이 선점한 시장을 빼앗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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