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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더워도, 떨어져도 안돼" 농심 울리는 농작물재해보험


"폭염 피해 만연한데 특약으로만 보장…동떨어진 보장에 가입률 저조"

[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기상이변으로 폭염 등 이상기후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농작물재해보험이 충분한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작물재해보험이 재정된 2000년대 초반 약관이 기초적인 자연재해만 보장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불만이다.

농산물재해보험은 성공한 정책성 상품으로 꼽힌다. 다른 정책성 상품이 인기몰이에 실패한 것과 대조적으로 농산물재해보험은 정책성보험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이 보험은 보험료의 50%는 정부가, 30%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농가는 20%만 부담하면 된다.

성공사례라고 해도 가입률은 전체 농가의 30%에 그친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에 따르면 충남 40.5%, 전북 39.4%, 인천 34.9%, 강원 21.4%, 경남 20.3%, 경북 19.3%, 충북 18.8%, 제주 15.9%, 경기 12.1%, 울산 11.7%, 세종 11.1%, 광주 4.6%, 부산 4%, 대전 2.6%, 서울 2.5%, 대구 1.5% 순이었다. 품목별로는 배가 63.4%로 가장 높았고 오미자와 고구마는 0.2%에 그쳐 최저치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비가입 응답자들은 비가입 이유로 '가입 대상 품목이 아니다'(21%), '가입할 만한 혜택이 없다'(20.2%), '까다로운 규정'(12.6%), '경제적 부담(11.8%) 등을 들었다.

가입자들 중 재해보험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자들은 '현실적이지 않은 산정 방식'(28.1%), '까다로운 규정'(25%), '너무 많은 예외규정'(21.9%),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보상 미비'(7.8%) 등을 꼽았다.

이렇듯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 내용이나 이상기후를 반영하지 못한 보장 등이 한계점으로 꼽힌다. 특히 자연재해에 취약한 과수작물 약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과수작물보험의 보통약관은 태풍, 우박, 화재, 지진 등의 자연재해만 일반약관으로 보장한다. 올 여름 농가를 휩쓴 폭염 등은 특약에 가입해야만 보장 받을 수 있다. 봄가을 동상해도 특약으로 묶인다.

농작물재해보험 상품의 참다래, 밤, 귤, 대추, 사과, 단감 등의 품목별 약관을 보면 폭염 피해 보장은 일소피해 특약에만 규정됐다. 일소란 과실이 태양광에 노출되어 과피 또는 과육이 괴사되어 검게 그을리거나 변색되는 현상으로, 폭염으로 인한 대표적인 손실이지만 주계약에 들지 못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0월 현지 통신원 448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올해 폭염으로 인해 영농활동 시간이 '감소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1.4%였고, '동일했다'는 응답자는 28.6%였다. 피해를 입은 농가는 품목별로 과수농가가 85.7%로 가장 높았고, 특작(80.7%)·시설원예(77.2%)·노지채소(73.5%) 순이었다.

낙과피해 산정 기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과수원에서 수확 시기가 다른 과일도 한꺼번에 묶어 총량을 내고, 바닥에 떨어져 외상은 없지만 속이 멍이든 과일은 보상에서 제외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보험약관상 자연재해가 발생했어도 피해가 경미한 과실은 정상으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장 대상 품목들을 제하다 보면 낙과피해 규모가 자기손실부담률과 비등하다는 지적이다.

농가가 들끓자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작물재해보험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8월 폭염 피해로 고통 받은 농가를 방문해 "현장에서 개선 요구가 많은 '과수(사과·배 등) 봄 동상해 특약'과 '폭염 일소피해 특약'을 주계약으로 전환하고 농가의 보험료 부담완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부 상품에서는 개선이 시작됐다. 양파 농작물재해보험은 올해부터 품질보장제도를 신설, 자연재해로 인해 양파의 크기가 평균보다 작거나 모양이 고르지 않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도 담보해 보장범위를 넓혔다. 기존 무게 기준에서 품질 기준으로 바꾸어 달라는 농가의 목소리를 청취한 결과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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