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평행선을 달리던 카드사 노동조합과 자영업계가 '차등수수료제'로 교차점을 찾았다.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TF의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극적 타결을 맺은 셈이다.
다만 늦어도 내주 내년 카드수수료율의 윤곽이 나오는 만큼 차등수수료제가 내년 카드수수료 정책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노조와 자영업계는 현행 카드수수료 정책 반대 입장을 공동으로 드러내는 데에 우선 초점을 맞춘 뒤 여당 의원과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조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카드노조-자영업계 "대기업 더 물리고 자영업자 덜 내야"
1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노조와 자영업계(불공정 카드수수료 차별철폐 전국투쟁본부)는 지난 12~13일 각각 천막농성과 광화문 총궐기를 연 직후 만나 카드수수료 인하안에 대한 공동입장을 구성하고 있다.
카드노조와 자영업계의 협의안은 차등수수료제다. 차등수수료제는 현행 연매출 5억원 이상으로 묶인 자영업자와 대형 가맹점을 구분해 영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와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나누자는 취지다. 대형 가맹점에는 카드수수료 하한선을 도입해 영세,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덜겠다는 계산이다.
카드노조는 8개의 가맹점 구간을 신설해 우대수수료율 범위를 세분화하자는 입장을, 자영업계는 구간은 단순화하되 초대형 가맹점이 수수료를 더 물게 되는 원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두성학 비상대책위원장(사무금융노조 비씨카드지부장)은 "14일 저녁까지 두 차례 만남이 진행됐고 큰 틀에서의 합의는 마무리된 상황"이라며 "자영업계는 대형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고 카드노조의 시각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적격비용 산정위원회(가칭)'을 운영해달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신규철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이 한 번 정해지면 3년을 가는데 금융당국의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TF는 정기적인 위원회가 아니"라며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카드사와 자영도 산정위에 참석해 발언권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차등수수료제와 산정위 구성은 별도의 건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정책이사는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TF안이 기본안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춘호 정책이사는 "차등수수료제를 막는 법안이 없고 다만 우대수수료율에 대한 규정만 존재해 법적으로 (차등수수료제를) 금하기는 어렵다"며 "여당 의원들도 카드수수료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에 동감해 (산정위 구성 등) 협상권은 입법 사항으로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드노조-자영 협의안, 내년 반영 어렵다…절박한 신호 보내는 것"
문제는 금융당국이 카드노조와 자영의 차등수수료 협의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드수수료율은 정부의 단일 결정 사안으로 협상권이 없는 카드노조나 자영의 의견이 반영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협상의 시기도 늦었다. 늦어도 내주 내년 카드수수료율 적격비용 산정 발표가 예고된 상황으로 만약 정부안보다 빨리 협상안을 도출하더라도 실제 정책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카드노조와 자영업계도 당장 내년 카드수수료율에 협상안을 투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카드노조와 자영업계는 우선 양측의 요구를 명확히 전달하는 데에 무게추를 뒀다. 두성학 위원장은 "이해관계가 다른 두 업계가 손을 잡을 만큼 사안이 절박하다는 것을 알리는 게 첫 번째 목적"이라며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일방적인 진행이 됐다면 앞으로 이해당사자인 자영과 카드업계도 의견 개진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후 여당 의원과의 공조를 통해 관련 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적어도 다음 적격비용 산정 시기인 3년 후 전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다. 두성학 위원장은 "차등수수료제를 현실화하려면 명확한 검토와 법적 근거가 필수적"이라며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과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이 카드수수료 의제 설정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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