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MG손해보험과 KDB생명이 올해 안에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퇴출 등 불안한 풍문이 쏟아지고 있다. '보험 약체'로 꼽히며 왕자님을 기다리던 MG손보와 KDB생명은 기대와는 다른 새 주인을 만나 결국 사상누각의 형국에 빠져들었다.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M&A 시장에서도 인기몰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인을 주인이라 부르지 못하는 MG손보·주인이 내놓은 KDB생명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보와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는 올해에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와 KDB생명 모두 애초에 부실했던 회사가 궁합이 맞지 않는 주인을 찾은 사례로 꼽힌다.
MG손보는 경영정상화 방안이 시급한 데도 책임을 지는 주인이 없는 상황이다. MG손보는 2013년 그린손보 당시 사모펀드인 자베즈파트너스가 설립한 자베즈2호 유한회사(94%)에 인수됐다. 나머지 6%도 새마을금고가 소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MG손보를 인수하는 대신 자베즈2호 유한회사의 지분을 93.93% 소유하면서 MG손보의 실질적 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새마을금고가 재무적투자자의 역할만 이행하면서 책임공방이 치열하다.
KDB생명은 주인인 산업은행이 '내놓은 자식' 취급을 했다는 논란에 빠졌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은 인수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다"며 "KDB생명은 애초에 우리가 인수하지 않았어야 하는 회사"라고 했던 말이 불씨가 됐다.
MG손보와 KDB생명은 인수 전인 그린손해보험과 금호생명 당시에도 특별한 매력이 없어 새 주인 찾기에 고초를 겪었다.
그린손해보험은 매출액보다는 보험업 면허가 판매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마을금고가 전국 지점을 거점으로 MG손보를 키워보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계획이 어그러졌다"며 "보험업 면허 외에는 인수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 않았던 회사"라고 평했다.
금호생명과 산은의 만남은 인수 당시인 2009년 직후부터 '잘못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산업은행이 금호생명의 주당 순자산가치가 -152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주당 5천원이라는 고가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감사결과가 드러나자 민유성 전 행장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동걸 행장은 "KDB생명은 인수하기 직전의 3개년 동안 누적 적자가 7천5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MG손해보험, '시장퇴출설'까지 거론…KDB생명 혈세 추가투입 되나
일각에서는 MG손보의 시장퇴출설까지 거론된다. 새마을금고의 직접투자 대신 외부투자를 통한 자본증식 방안을 발표하며 노사갈등도 극에 달했다.
MG손보는 지급여력(RBC)비율이 100% 이하로 떨어지면서 9월 말까지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했지만 실패했다. MG손보가 제출한 경영개선계획도 불승인 결론이 나면서 12월 중순까지 다시 경영개선계획을 내야 한다. 내달에도 불승인 결과가 나면 경영개선 권고는 '요구'로 격상된다.
KDB생명은 경영 악화가 고착화된 데에 이어 2021년으로 예고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해 대규모의 자본확충까지 단행해야 하는 위기에 몰렸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연이은 자본확충으로 RBC비율은 개선됐지만 KDB생명이 남은 빚을 어떻게 청산할 수 있을지에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산은이 KDB생명에 10년간 1조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밑 빠진 독이다.
산은은 '매각'을 최후이자 단일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동걸 행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산업은행이 손실을 보더라도 (KDB생명은)매각하는게 정답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매각 방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민간에 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의 지주 전환 소식도 MG손보와 KDB생명에 호재가 될지는 미지수다. 중국 안방보험의 동양생명과 ABL생명, 롯데그룹의 롯데손해보험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대어였던 오렌지라이프(전 ING생명)의 인수합병이 끝나자 M&A시장의 열기도 빠르게 식었다"며 "우리은행이 보험업 등에 진출하려면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고, 보험업에 욕심을 내더라도 좋은 매물을 찾을 때까지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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