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카드 고객의 쏠쏠한 재미였던 스키장·워터파크 '만원의 행복' 이벤트가 고사 위기에 몰렸다. 결혼과 이사철을 겨냥한 전자제품 할인과 무이자 혜택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일회성 마케팅을 제한해 카드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혼수·명절·워터파크·올림픽'…일상 속 녹아든 카드 이벤트 증발하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내년 수수료 감축 목표로 잡은 1조원은 기타마케팅 비용인 1조616억원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업계의 일회성 마케팅 비용은 기타마케팅 비용에 포함된다. 상품 약관에 명시한 혜택은 함부로 줄일 수 없지만 기타마케팅은 비교적 손을 보기 쉽다는 판단이다.
카드업계의 대표적인 일회성 마케팅은 시즌 겨냥 프로모션이다. 졸업과 입학, 겨울 스키장과 여름 워터파크, 설날과 추석 명절, 백화점과 쇼핑몰 연계 이벤트가 모두 일회성 이벤트다. '겨울 스키장 입장권 카드 결제시 1만원' '설 맞이 선물세트 최대 20% 할인' 등의 혜택이 해당된다.
국가 행사를 노린 할인도 일회성 마케팅으로 묶인다. 코리아세일페스타 무이자 할부, 할인 혜택이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케팅 등이다. 또 카드사의 모델과 연계한 팬미팅이나 휴대폰 신기종 등 새로운 가전제품 출시 기념 이벤트, 신차 구매 캐시백 이벤트도 일회성 마케팅이다.
내년 결혼을 목표로 혼수 계획 중인 직장인 A씨는 "앞서 결혼한 친구들의 귀띔을 듣고 카드사의 웨딩 시즌 이벤트를 눈여겨보고 있다"며 "웨딩 이벤트가 사라진다면 한 푼이 아까운 예비 신혼부부로서는 아쉬운 게 사실이다. 받을 수 있었던 혜택을 챙기지 못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로서는 당연히 누리리라고 예상했던 혜택을 빼앗아가는 기분이 들 것"이라며 "카드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마케팅 행사를 줄였다고 해명하면 '공생'이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소상공인과 소비자간의 뺏고 뺏기는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카드업계 "내수경제 돌리라더니…상품구조 기형적으로 바뀔 것"
전례 없는 압박에 카드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기타마케팅비를 포함해 내년 카드수수료 감액 분이 1조7천억원까지 예상되자 존폐론까지 꺼내든 상황이다. 1조원만 줄어들더라도 수익 감소로 계산할 때 카드업계 순이익은 35%까지 폭락한다.
서로 다른 주문이 '핑퐁게임'처럼 오가며 갈피를 잡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내수경제 활성화를 요구했다가 마케팅 비용을 삭감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서 장기적인 전망을 세울 수 없다는 질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타마케팅을 줄이라는 말은 특화카드에 가입하지 않은 고객은 카드사의 이벤트 혜택을 누리지 말라는 뜻"이라며 "과거에는 정부 친화적 이벤트에 각 카드사가 얼마나 참여했는지를 취합해 '풍성한 내용을 갖추라'고 압박해놓고 다시 마케팅 비용을 줄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향후 카드상품 설계 구조가 기형적으로 변화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상품을 개발할 때는 3~4년의 미래 기간 동안 어떤 수익구조를 갖출 것인지를 예견하는데, 예상한 수치를 대대적으로 흔들어버린 꼴"이라며 "마케팅 비용 규제가 어디로 갈지 모르니 위험성을 감안하고 약관에 혜택을 넣거나 아예 소비자 혜택을 빼버리는 영업 형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마다 광고마케팅 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이 다른 점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이벤트의 경우 카드사마다 예산 책정 기준이 다를 것"이라며 "마케팅비에 넣느냐, 광고비에 넣느냐가 다를 텐데 명확한 기준 없이는 시장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드수수료 '샅바싸움'에…카드업계 인력감축 현실화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의 마케팅비용 '샅바싸움'은 궁극적으로 카드수수료 인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산정 TF를 꾸려 카드사의 마케팅비용을 저격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입장과 의지도 확고하다.
최종구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카드수수료 개편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점"이라며 "카드사가 수익보다는 외형확대를 중점으로 두고 경쟁해 마케팅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윤석헌 원장도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영세 사업자와 중소 사업자의 가맹점 보호 차원"이라며 "카드사의 경우 외연 경쟁이 심각해서 방향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카드수수료가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 자체에 의문을 품는다.
여신금융협회가 2017년 3월 영세가맹점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2%는 '경기 침체'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달 초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카드업계 노조는 "카드수수료를 택한 소상공인은 2.6%에 불과하다"며 "경기침체와 임대료, 영업환경 변화보다 뒤처진 최하위"라고 주장했다.
카드수수료 인하 압박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현실화됐다. 카드 모집인이 감원 한파를 맞은 가운데 현대카드가 2001년 창사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도 흘러나왔다.
허인혜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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