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한상연 기자]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잇따라 국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대 신용평가사인 S&P에 이어 무디스까지 등급 전망을 낮추고 있어서다.
현대차에 대한 S&P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총괄 수석 부회장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정 총괄 수석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가는 사태를 맞고 있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동시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정 총괄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위치에 오른 만큼 어떤 방향으로 난국을 타개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국내외 신평사 신용등급 낮춰…S&P, IMF 이후 첫 하향조정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을 동시에 떨어뜨렸다. 현대차의 올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이 2천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나 감소했다고 발표한 직후다.
이에 지난 31일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차(AAA)와 기아차(AA+)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김호섭 한국기업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품질관련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달러와 신흥국 통화 등의 환율추세도 우호적이지 않았다”며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실적이 개선되지 못하며 실적 저하 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다른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도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S&P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신용등급(A-)을 ‘BBB+’로 하향 조정했다.
S&P의 현대차 신용등급은 1998년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 이번 조치로 2015년 A등급대로 올라선 지 3년만에 다시 B등급 대로 내려오게 됐다. 무디스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무디스는 현대차(Baa1), 기아차(Baa1), 현대모비스(Baa1)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제시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완희 무디스 연구원은 “현대차는 주요 시장에서 비우호적인 영업환경과 지속적인 비용 압박으로 수익성이 향후 1~2년간 취약한 수준에 머무를 가능성이 증가했다”며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사업·지분구조 측면에서 현대차와 긴밀한 연관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경영 전면 나선 후 첫 시험대
정 총괄 부회장은 지난 9월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 경영 업무 전반의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09년 미등기임원으로 현대차 부회장에 오른 후 9년 만에 승진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등 그룹 전반이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경영 일선에 나선 정 총괄부회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현대차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4조4천337억원, 영업이익 2천8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6% 감소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2013년까지 분기 2조원을 기록하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매출 14조743억원, 영업이익 1천17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천270억원의 적자를 낸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현대모비스는 매출 8조4천273억원, 영업이익 4천62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9%, 15.1%가 감소했다.
3분기 실적 부진에 대해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모두 공통적으로 환율과 에어백 리콜 문제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를 꼽았다.
하지만 완성차 판매 실적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판매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양상을 띠고 있어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3분기 해외시장 판매는 현대차 34만1천872대, 기아차 20만4천194대다. 현대차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2.7% 감소했고, 기아차는 전년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해외시장 누적 판매의 경우 현대차는 317만8천80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4%, 기아차는 188만2천972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5% 증가했지만, 판매 성장률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어떤 해법을 바탕으로 그룹 전반의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지가 정 총괄부회장의 경영 능력 평가를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양창균기자 [email protected], 한상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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